이런 재앙은 올림픽을 유치한 도시는 어디든 겪게 마련이다. 올림픽을 열겠다고 마음먹은 나라는 입찰에 참여하는 단계부터 엄청난 돈을 써야 한다. 그런데도 올림픽 유치전에 나서는 도시들은 국민 여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정치 후진국에 자리 잡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2022년 올림픽 개최를 검토해 왔던 오슬로와 보스턴은 시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유치 경쟁에서 발을 뺐다.
돈·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한계
개최국 고통 인내 수위 넘어서
LA는 대학 기숙사 선수촌 활용
반복 개최로 완벽도 높아질 것
이런 제안에 대해 많은 나라는 반대할 것이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여보려는 시도가 좌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나라가 돈과 힘으로 올림픽 유치를 밀어붙이는 지금의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 라이벌 국가를 이기려고 경쟁적으로 더 많은 지출을 약속함에 따라 개최국 주민들의 고통이 인내 수위를 넘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올림픽 영구 개최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 모든 경기장을 다 갖춘 로스앤젤레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근 대학 기숙사를 선수촌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같은 도시에서 계속 행사를 개최하면 운영상의 완벽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이 올림픽 고정 개최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시가 겪을 재정적 부담을 걱정해서다. 그렇다면 여름올림픽뿐 아니라 부가수익이 상대적으로 많은 겨울올림픽 개최도 같은 도시에서 열도록 해 적자 우려를 해소해줘야 한다. 겨울·여름 올림픽을 함께 개최하려면 여름엔 덥고 겨울엔 눈이 많아야 한다. 또 도시가 비용을 감당할 만큼 재정이 넉넉해야 한다. 다양성을 용인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있어야 한다. 민주국가여야 하지만 패권국가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캐나다 밴쿠버가 이상적인 대안이다.
밴쿠버는 2010년 겨울올림픽을 빚 한 푼 들이지 않고 치러냈다. 수입과 비용이 각각 19억 달러를 기록했다. 4년 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올림픽 비용 400억 달러에 비하면 확실히 검소한 편이다. 캐나다 정부는 경기장 운영을 놓고 미리 신탁기금을 조성했다. 덕분에 경기장은 올림픽 뒤에도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시점이라 밴쿠버의 경기장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했다. 그전까지 지나치게 화려한 경기 시설이 올림픽을 질식시켜 왔던 사실을 감안하면 밴쿠버의 검소함은 모범이 될 만하다.
밴쿠버의 라이벌 도시인 미국 시애틀의 신문들조차 “밴쿠버 올림픽은 품위가 있었다”고 칭찬했다. 여름올림픽은 겨울올림픽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밴쿠버는 경기장 시설부터 선수촌 운영까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밴쿠버 올림픽위원회는 “약속을 지키고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캐나다의 정신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쯤 되면 올림픽 영구 개최지로 밴쿠버가 적격이지 않은가.
조너선 피셔 미국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