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가 주요 주주로 등극한 곳은 다채롭다. 미스미전기는 산업용 차단기 등으로 유명하다. 이 기업의 지분 13% 가까이가 BOJ에 넘어갔다. 반도체 회사인 어드밴테스트 지분 11%도 마찬가지다. 또 세계적인 패션회사인 유니클로를 지배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의 지분 10% 정도를 보유한 곳도 BOJ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설립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다. 그는 21%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양적 완화 후 위험자산까지 사들여
내년 말 상장사 최대 57곳 1대 주주
구로다는 한술 더 떠 “ETF 매입 규모를 연간 3조3000억 엔에서 6조 엔으로 늘리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BOJ는 주로 도쿄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와 수익률이 연동하도록 설계된 ETF를 사들이고 있다. BOJ 지분율은 BOJ가 사들인 ETF에 들어 있는 주식을 비율에 따라 환산한 것이다. 올 6월 말 현재 BOJ가 보유한 ETF는 8조9000억 엔(약 89조원)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이는 도쿄 전체 증시의 시가총액 2%에 조금 못미치는 규모”라고 했다.
중앙은행의 ETF 매입은 BOJ가 처음이다. 지금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다. 마치 2001년 BOJ가 QE를 2차대전 이후 처음 시작한 것처럼 새로운 금융통화정책을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 바람에 일본말 ‘료테키긴유간와(量的金融緩和)’가 통화정책 개념(양적 완화)으로 자리잡았다. 또 1980년대 후반엔 도쿄 부동산 가격 급등이 통화증발로 이어지는 바람에 ‘토지본위제(土地本位制)’란 말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중앙은행 지주회사화’나 ‘중앙은행 투자회사화’란 새로운 용어가 탄생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강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