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기업들이 스스로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지 않은 상고하저(上高下低)를 기록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적 불황형 성장 전망 지배적
급속히 오른 환율이 가장 큰 악재
중국 성장 둔화, 미국 대선도 변수
“어려움 많아도 채용 규모 유지”
환율 외에 중국 변수도 크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중국 경제(전체중 14.9%가 답변)를 시한폭탄으로 본다. 설문에 답한 한 제조 기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예측치(6.6%)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하반기 실적 목표도 다소 내려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과 보호무역주의(11.9%)도 걱정거리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보호무역 강화를 공식적으로 천명한데다가, 미국 정부내에서도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에 응한 유화업계 한 기업은 “대미 수출 비중은 작지만,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다른 국가로 보호무역 트렌드가 확산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일부 수출 기업은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포스코·현대제철 사례를 거론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철강에 관세가 최종적으로 부과된다면, 관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고객사를 제외한 미국 물량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실적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대외적 수출 환경이 불안정한 가운데 내수 기업들은 국내 소비 부진(13.9%)을 걱정거리로 꼽았다. 한 유통 기업은 “지난해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내수 침체 원인이 명확했지만, 올해는 딱히 큰 원인이 없는데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등 일회성 행사를 마련해 내수에 ‘심폐소생’을 하고 있지만, 언제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지 미지수로 보고 하반기 긴축 기조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30대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이진 않을 전망이다. 30대 기업 중 절반 정도(46.7%)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상반기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오정근 교수는 “하반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이윤이 정체되면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제조업 가동률 하락 → 부실 기업 증가 → 신규 투자 감소 →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는 “기업은 기술 혁신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환율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설문조사 기업 명단(2015년 기준 매출 30대 기업)=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LG전자, LG디스플레이,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S-오일, LG화학,KT, 포스코대우,롯데쇼핑,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SK텔레콤, 현대글로비스, 대한항공, 이마트, LG유플러스,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중공업, GS건설, 삼성물산, 롯데케미칼, 대림산업, 효성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