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10일 오전 6시쯤 원주시 자신의 집에서 남편 B씨(74)가 욕실 전등을 교체하려다 의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자 둔기로 머리·목 등 신체 부위를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욕실에서 남편을 때린 다음 거실까지 끌고 나온 뒤 쓰러지자 추가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B씨의 머리·얼굴·목 등 20여 곳에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됐다. B씨의 사인은 ‘다발성 손상사’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황혼 살인 할머니 영장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넘어진 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데다 눈이 하얗게 변해 장기 입원을 하게 되면 병원비가 부담이 되고, 평생을 고생했는데 또 (병 수발로) 고생할 것 같아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쿵 소리가 나서 욕실에 갔는데 남편이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라며 고함을 질렀다. 살면서 여러 번 맞아 병원에 간 적도 있는데 참았다”고 말해 누적된 불만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A씨의 큰딸을 불러 조사를 했다. A씨의 큰딸은 경찰에서 “아버지 성격이 특이해 어머니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