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간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놀)를 읽다 보면 비실비실 웃음이 나온다. 막장 드라마를 보다 뒷목 잡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에 시골집을 찾은 삼수생 강무순이 홀로 남은 홍간난 여사를 돌보기 위해 시골을 떠나지 못하는 슬픈 이야기이자, 15년 전 사라진 네 명의 소녀들의 흔적을 좇는 미스터리물인데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코믹함을 감출 수가 없다. 단서라곤 15년 전 묻은 타임캡슐에 들어있던 배지·젖니·목각인형이 전부인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JTBC ‘청춘시대’ 박연선 작가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출간
실종 소녀 네명 흔적 찾는 미스터리
“아주 어려서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입해야 하는지를 몰랐죠. 막연히 소설가는 가난할 거라는 공포심도 있었고. 다행히 영화들이 잘 되서 ‘앞으로 굶지는 않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후 출판사 쪽에서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박 작가는 “드라마나 영화는 젊은 남녀가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는 흥행공식이나 너무 야하거나 잔인해선 안된다 등 제약이 많은데 소설은 제작비 신경 안 쓰고 마음껏 쓸 수 있어서 편하게 썼다”고 고백했다. 덕분에 아다치 미츠루(‘H2’)나 이노우에 다케히코(‘슬램덩크’) 같은 일본 만화가로부터 배운 만화적 상상력이 한껏 살아났다. 예능에서 배운 규칙적인 글쓰기 습관과 영상물에서 지문을 공들여 쓰는 버릇도 큰 도움이 됐다.
첫 책을 할머니에게 헌정한 만큼 앞으로 부모님과 4명의 오빠들에게 각각 책을 바칠 수 있을 때까지 소설가로도 롱런하고 싶다는 박 작가는 현재 방영중인 JTBC ‘청춘시대’에 대한 관심도 부탁했다. 20대 여성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 주목받는 드라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모르고 가방으로 옆사람을 쳤는데 욕부터 돌아오는 것을 보고 이번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는 박 작가는 “누구나 사연은 있기 마련”이라며 “인물의 선택과 행동이 납득이 되려면 그 인물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하기 때문에 초반 설명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어딘지 모르게 스산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인물들의 미스터리도 하나씩 풀리고 있다. “이야기에는 반드시 미스터리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그다운 선택이다. “멜로만으로 16부를 하려니 출생의 비밀이나 사각 관계가 등장하는 건데, 저는 다른 장르가 메인이 되고 멜로는 서브 플롯인 게 좋아요. 후반부에는 여러 사회문제가 등장하니 지켜봐 주세요.”
글=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