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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으로 에어컨을 사용하면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거실에서 스탠드형 에어컨을 4시간 틀면 여름철 냉방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9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한마디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에어컨을 적절히 쓰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빗발치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부자 감세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집에서 에어컨을 못 켜고 열대야에 헐떡이는 국민은 웬 궤변이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정부의 설명은 타당한가. 팩트체커 형식으로 설명의 진위를 정리했다.
누진제 완화하면 부자감세?
1~2단계 사용자는 저소득층 외
고소득 1인, 맞벌이 가구도 많아
“부자감세 표현은 적절치 않아”
산업부는 “도시에 사는 4인 가구가 스탠드형 에어컨(소비전력 1840W)을 하루 4시간 틀면 냉방요금은 9만2000원가량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국전력 홈페이지의 전기요금 계산기를 활용해 전기요금을 계산해 보았다. 도시 4인 가구 월평균 전력 사용량(342kWh, 봄·가을 기준)을 기준으로 최신형인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소비전력 1880W)을 하루 4시간 사용한다고 가정했다. 한 달 전기요금이 17만2180원 나왔다. 에어컨을 사용하기 전 평균 전기요금은 5만3000원(기본요금 포함)이었다. 결국 냉방요금은 10만원보다 조금 넘는 11만9180원이 나온다. 채 실장의 말이 크게 틀린 건 아니다.
② 누진제 완화하면 저소득층 부담 늘어나나
하지만 1~2단계 요금만 적용되는 전기량을 쓰는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가 꽤 된다. 가구원이 적다 보니 전기를 덜 쓰는 것이다. 이들이 모두 저소득층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설명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생활 패턴을 보면 고소득 1, 2인 가구일수록 에너지효율이 높은 비싼 가전제품을 사용해 이들이 원가 이하의 전기를 쓰는 혜택을 누린다. 현행 체계에서는 고소득 1인 가구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자 감세’라는 표현도 잘못된 용어다.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니다. 소비자가 구매한 전기에 대해 지급한 돈이다. 이를 ‘부자 감세’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③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할 수 없나
산업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2013년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11.4%,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76.2%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많이 올렸으니 누진제와 같은 부담을 주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기요금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61, 산업용은 80.6이다. 김상남 인천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산업용은 주택용보다 정해진 전력량이 있어 누진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생산과 수출과도 연관돼 있어 쉽게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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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여름철과 같은 피크 시간대엔 부담을 더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 전력 사용량 통계에 따르면 주택용 전력 사용은 전체의 13.3%에 불과하다. 반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57%나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3년을 기준으로 분석한 미국(23.4%)·독일(43.3%)·일본(28.9%)의 산업용 전기사용량보다 높은 수치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로의 고속도로 중 2개 차로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추가 발전소 건설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하는데 한국은 개인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