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경찰의 민간인 총격은 악명 높다. 대표적인 것이 2013년3월의 피자 배달원 이소 카스텔라노스(당시 26세) 피격 사건이다. 카스텔라노스는 속도 위반으로 교통 단속에 걸린 뒤 경찰 총을 맞고 숨졌다. 경찰관들은 “검문하려고 다가가자 카스텔라노스가 먼저 총을 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겐 총이 없었다. 유가족의 탄원 속에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한지 3년5개월이 지났지만 기소는커녕 사실 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인 소득 85% 늘 때 흑인 27% 증가
“부자들에게 유리한 세금 제도 때문”
경찰 총에 숨질 확률도 흑인이 6배
시카고 15년간 민간인 215명 사망
연방 검찰, 경관 기소는 1명도 없어
시카고에선 지난달 말에도 승용차 절도 용의자인 폴 오닐(18)이 경찰의 무차별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오닐에겐 무기가 없었다. 경찰은 달아나는 오닐을 뒤쫓아가며 사냥하듯 총을 쐈다.
미국의 흑백 차별은 경제 분야에서도 진행형이다. 비영리기관 진취성개발조합(CFED)과 정책연구원(IPS) 보고서에 따르면 흑백 빈부 격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백인 가구의 평균 부는 1983년 이후 30년만에 85% 증가해 2013년에 65만6000달러(7억2000만원)가 됐다. 하지만 흑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27% 느는데 그쳐 8만5000달러(9300만원)에 머물렀다. 백인의 부가 흑인보다 3배의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흑인 가구가 백인 가구 수준으로 재산을 모으려면 228년이 걸린다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백인들의 경제력이 정체될 리 없는 만큼 흑백 빈부격차는 사실상 영구적일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 벌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CFED와 IPS는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부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세금 제도를 꼽았다. 현재의 세제는 가계 자산 형성, 퇴직 후에 대비한 저축, 신규 주택 구입, 창업 등에 세금 경감 혜택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한 상당수 흑인 가정은 세제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인종간 빈부 격차는 앞으로 더 큰 우려를 야기한다. 유색 인종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2043년경엔 미국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이렇게 되면 부와 가난의 대물림 속에 계층간 갈등은 더욱 커지고 성장 잠재력은 메말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