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고스트버스터즈’(폴 페이그 감독)가 대표적이다. 1984년 원작의 주인공은 괴짜 남성 교수 4인방으로 이뤄진 유령 잡는 특공대. 이번엔 초자연 현상 전문가, 물리학 박사, 무기 개발자 등 여성 4인방으로 확 바뀌었다. 코믹 연기의 달인 멜리사 맥카시, 케이트 맥키넌, 크리스틴 위그, 레슬리 존스가 출연한다.
디즈니가 최근 리메이크 계획을 밝힌 ‘스플래쉬’엔 남자 인어가 나온다. 론 하워드 감독이 1984년에 연출한 로맨틱 코미디 ‘스플래쉬’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 알렌(톰 행크스)과 그를 사랑하게 된 인어 매디슨(대릴 한나)의 얘기다. 리메이크작에선 인어 역을 근육질 몸매로 2012년 ‘피플’에 의해 섹시한 남성 1위에 뽑혔던 채닝 테이텀이 연기한다. 톰 행크스가 맡았던 알렌은 여성 코미디 배우 질리언 벨이 연기하며, 똑같이 론 하워드가 메가폰을 잡는다.
마블 영화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늘어날 예정이다. ‘아이언맨’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스토리 작가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는 최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MIT에 다니는 15세의 흑인 여성 캐릭터 리리 윌리엄스가 차세대 아이언맨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지난 5월 휴 잭맨이 맡아온 대표 캐릭터 ‘울버린’ 역을 여성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마블 스튜디오와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미드 ‘X파일’로 유명한 배우 질리언 앤더슨은 얼마전 자신의 SNS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007 영화 포스터를 올리기도 했다. 팬들이 그를 “차기 007 제임스 본드로 추천한다”며 만든 포스터로, 앤더슨은 “본드입니다. 제인 본드”라는 글을 달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이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가고 여성 관객이 영화 소비 주체로 나서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과거처럼 주변부에 머물지 않고 극을 리드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려 하는 여성 관객의 변화를 시장이 감지했다는 뜻이다.
국내 극장가에선 ‘국가대표2’(김종현 감독)가 대표적인 젠더 스왑 사례로 꼽힌다. 7년 전 남자 스키점프 팀의 활약을 그린 ‘국가대표’의 속편으로, 급조된 오합지졸 팀의 성장담이라는 기본 얼개에 여성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