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배웠던 동요의 일부다. 제목이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서로서로 도와가며》라는 곡이었다. 서로를 도와가며, 한집처럼 지낸다는 건 공동체에 대한 자연스런 욕망이다. 지금처럼 아파트 옆집에 누가사는지도 모르고 층간소음으로 서로를 증오하는 삭막한 도시에서 이 동요는 불가능한 이상일지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삭막함이 이웃사촌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망원동에 이사 온 후에 공사 중이던 아랫집에 누가 이사를 올까에 대해 엄청 관심을 기울인 것도 ‘한집’처럼 편한 이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망원동에 살고 있는 기자의 집은 오래된 2층 주택이다. 이사 오며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를 수리하고 외관도 하얀색 집으로 바뀌었다. 1층엔 작은 집 3가구가 있었는데 작은 도로에 접한 두 곳은 상가로 바뀌었고 뒤쪽 집도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기자가 이사한 후에 1층 리모델링을 시작했는데 공사소음이 불편했지만 건물 전체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는 ‘가족같은’ 누군가가 어서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펍보다는 카페가 더 나을지도 몰라”
“원래 커피를 달고 사니까, 바로 아래에 카페가 있다면 아주 훌륭하지!”
이사 온지 한달 쯤 지나고, 야근과 출장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공사가 끝났다. 어느날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불을 켜는데 전등이 들어왔다가 ‘팟’ 하고 나가버렸다. “무슨일이지”라며 휴대폰 랜턴을 꺼내들고 상황을 알아보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집 앞에서 새로 아랫집에 이사 오신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 역시 정전이 되며 상황을 알아보러 나오신 거다. 겸연쩍게 인사를 나누고 대책을 논의하며 통성명을 했다. 어색한 이웃사촌과의 만남이었다. 이분들은 아래쪽 상가 하나를 임대해서 작업실 겸 공방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연기획과 순수미술을 하는 커플이었다. 예술가들이라니! 이분들과 함께 반려견 ‘Vic’도 새로운 이웃사촌이 됐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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