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건너편에 4층짜리 작은 건물이 있다. 외벽에는 타일이 붙어 있지만 많이 낡아서 회색 페인트로 덮었다. 건물의 역사는 길다. 일제 때인 1938년에 준공돼 미쓰이물산 경성지점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러나 중년이 넘은 한국인은 이 건물을 '미 문화원 점거사건'과 함께 기억한다.
해방 후 건물은 미국 문화원으로 사용되었는데 1985년 운동권 대학생들이 기습 점거하고 광주사태와 관련해 미국을 규탄하면서 정국의 한복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에는 서울시 별관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밀랍인형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으로 변신했다.
그레뱅 뮤지엄은 1882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뛰어난 풍자화가이자 조각가이며 무대의상 디자이너였던 알프레드 그레뱅의 이름을 땄다. 몬트리올과 프라하에도 설립돼 관광명소가 되었으며 지난 2015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에서도 문을 열었다. 그레뱅 서울 박물관에는 14개의 전시공간에 동서양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인물들과 한류 스타, 스포츠 스타들의 밀랍인형 80여개가 전시되어 있다. 모든 인형은 파리 작업실에서 직접 제작되었다.
`한국의 위인`관에 앉아 계신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율곡 선생. 신사임당과 이황 선생도 있다.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이 설계한 낙하산을 실험하고 있다. 벽의 스케치는 그가 고안한 비행기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