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건물 7채와 그 뒤편의 부지(총 6562㎡)의 소유주는 건설업체 부영주택이다. 이 회사는 이 땅과 주변 건물 4채를 호텔을 지을 목적으로 2012년 8월 삼환기업으로부터 1721억원에 샀다. 그 뒤 서울시에 개발계획안을 제출해 지난해 10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그 옆 건물 3채도 올해 초에 사들였다. 관광숙박업(관광호텔) 사업계획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의 심의와 건축 허가만 남은 상태였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방안만 내놓으면서 건축 심의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1976년에 만들어진(2014년 재정비) 서울시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따라 현재 건물은 모두 허물어야 한다. 7채의 건물 앞 도로 폭을 25m로 넓혀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처럼 도로 폭을 넓히면서 동시에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정된 건물 5채를 보존하려면 건물을 그대로 뒤로 옮기거나 공중에 띄우는 수밖에 없다.
부영 호텔 신축 예정 부지 내 5채
도로 폭 확장 위해선 철거 불가피
서울시 “1~2층 기둥만 남겨 통로를”
전문가들 “보존 가치 재검토 필요”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안전진단기관이 아니다. 부영이 알아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물 보존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장건축사사무소 이현욱 소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방법도 준비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하려면 기금을 조성해 적절한 보상을 해 주거나 사업지에 대한 용적률 완화 등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건축가는 “해당 건물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다시 따져 봐야 한다. 옛날에 지었다고 해서 보존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채승기·조한대 기자 ch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