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민·영토·주권의 세 가지가 기본 골격이다. 우선 이 세 가지 부분을 지금의 우리 헌법 구조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역사적 시대 변화를 수용할 것인지를 연구·검토해야 한다.
전통적인 ‘국민·영토·주권’ 개념
21세기 지식사회와는 안 맞아
무형의 영토 확장한 캐릭터도
국민 대접하는 발상 전환 필요
조선조 말 우리가 경험한 비극도 농업사회의 안방에서 권력구조 갈등에 얽매여 산업사회로의 역사 변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웃 일본은 국가엘리트들을 유럽 산업혁명 현지로 보내 학습시켰다. 결국 이들이 주축이 돼 메이지유신을 통해 산업국가로 개혁시켰고, 한반도를 식민지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행한 역사를 참고 삼아 개헌 논의의 초점을 안방의 권력구조와 사회갈등 구조에 한정시켜선 안 된다. 밖을 주시하면서 역사의 거대한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에 따라 헌법상의 국민이라는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인간이 만든 문화·예술·게임 캐릭터가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어 사이버 영토에서 맹활약 중이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세계의 ‘뽀로로’는 어느 국민보다 사이버 영토에서 위력적인 경제주체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의 국민 개념에 이런 캐릭터를 포함시키는 것도 사이버 세계 지향적 발상이 되지 않을까.
헌법상의 국민과 영토 개념이 바뀌면 헌법상의 주권도 바뀔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입법·사법·행정이라는 국가 권력의 기초적 지배권력을 주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산업국가의 주권 개념도 두뇌형 지식국가의 기본 틀에 걸맞도록 바뀌어야 한다.
한번 따져 보자. 기존의 산업국가 권력이 두뇌형 지식국가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가령 예수와 석가모니 정신은 기존의 국가권력을 뛰어넘어 오히려 인간사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제 사이버 영토, 사이버 캐릭터가 헌법 개념에 자리 잡게 되면 박애와 사랑 등 종교적 개념이 주권의 핵심 개념에 점진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군신화에 자리 잡고 있는 홍익인간이 우리 주권의 기본 개념에 자리 잡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는 사랑과 포용의 이웃으로 환영받을 것이다.
다시 한번 요약하면 헌법은 법치의 기본이다. 법치는 시대가 변하면 그 틀도 바뀌게 된다. 농업사회에서는 하향식 수직적 지배관계였고 산업사회에서는 수평적 관리 관계였다. 반면에 지금의 지식사회에서는 위로 끌어올리는 정신적 격려 관계로 바뀌고 있다. 두뇌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혁신자들의 두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경제를 키우는 것이 지금 선진 세계의 현실이다.
역사적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산업사회형에서 지식사회형 헌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 권력구조 지향적 헌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사회 특성에 맞는 국민·영토·주권에 관한 헌법 개정부터 논의됐으면 한다.
이상희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