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역사’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가 리우 올림픽 여자 역도 53㎏ 경기에서 기적을 들어올렸다. 윤진희는 8일 브라질 리우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끝난 경기에서 인상 88㎏, 용상 111㎏을 들어올려 합계 199㎏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역도 53㎏급 깜짝 동메달
은퇴 뒤 남편 재활 돕기위해 복귀
합계 199㎏ 들어 4위로 밀렸지만
1위 다투던 중국 선수 실격으로 3위
69㎏급 출전 4세 연하 남편 원정식
“참고 또 참으며 출전한 아내 대견”
2013년 장미란(33)마저 은퇴하면서 여자 역도의 역사는 끊겼다. 남자 역도 역시 침체를 면치 못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유일한 메달권으로 분류된 사재혁(31)이 후배 폭행 혐의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한국은 2012년 런던에서 한 국가 최대인 10장의 쿼터를 받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남녀 합쳐 7장(남자 4, 여자 3)을 받는데 그쳤다.
윤진희의 두 어깨는 무거웠다. 한국 역도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를 악물었지만 3년의 공백은 컸다. 지난해에는 어깨 부상까지 당했다. 윤진희는 “부상 때문에 다시 포기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포기할 땐 하더라도 끝까지 좀 더 힘을 내보고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윤진희는 당초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상 94㎏, 용상 119㎏, 합계 213㎏으로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그의 세계랭킹은 25위였다.
윤진희는 인상 1차 시기에서 88kg을 들어올렸지만 2, 3차 시기에서 90kg을 연속 실패해 4위에 머물렀다.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리야쥔(중국)과는 13kg의 차이가 났다. 윤진희는 용상에서도 1차 시기에서 110kg를 실패한 뒤 3차 시기에서 111kg을 들어올려 4위권으로 밀리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라이벌 쉬스칭(대만)과 금메달을 다투던 리야쥔이 용상에서 무리한 시도(123㎏-126㎏-126㎏)로 3번의 시기를 모두 실패하면서 윤진희가 기적같은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금메달은 인상 100㎏·용상 112㎏
으로 합계 212㎏을 든 쉬스칭이, 은메달은 인상 88㎏·용상 112㎏으로 200㎏을 기록한 디아즈 하이딜린(필리핀)이 차지했다.
윤진희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 다가가 동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꼬옥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줬다. 원정식은 “참고 또 참으면서 올림픽까지 출전한 아내가 대견하다. 이제 내 차례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원정식은 10일 남자 69㎏급 경기에서 아내의 응원을 받으며 또 한 번의 기적에 도전한다.
리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