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리장성’은 개봉되기도 전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송나라를 대표해 만리장성에서 싸우는 주인공 역을 백인 배우 맷 데이먼이 맡았기 때문이다. 미국 CNN은 1일 영화 ‘만리장성’이 ‘화이트워싱’(White washingㆍ동양인 역할을 백인으로 바꾸거나 백인 배우가 동양인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아카데미 영화제의 ‘화이트 오스카’ 논란과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영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 역을 백인인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데 이은 인종차별 논란이다.
맷 데이먼이 ‘만리장성’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후 미국과 영국의 네티즌들은 트위터를 통해 비판에 나섰다. “영화 ‘만리장성’에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중국 배우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나온다”고 하거나 “중국 출신이라면서 왜 백인이냐”는 질문 등이다. 한 네티즌은 진시황릉 병마용 사진에 맷 데이먼 얼굴을 합성해 올리기도 했다.
화이트 워싱 논란은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고질병이다. 1970년대 미국 드라마 ‘쿵푸’ 시리즈에서 백인 배우 데이비드 캐러딘이 쿵푸 고수로 출연한 것이 화이트 워싱의 대표 사례다. 지난해에는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 ‘마션’의 한국계 과학자 민디 박 역할을 백인 여배우 맥킨지 데이비스가 맡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올해 화이트 워싱 논란을 일으킨 영화 공각기동대의 각본가 맥스 랜디스는 논란 당시 “아시아 여배우 중에 국제적 수준의 A급 리스트가 있느냐”라고 발언해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