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37·kt)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사대를 떠났다. 진종오는 7일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39.8점으로 5위에 그쳤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는 본선 2위(584점)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바뀐 규정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2발마다 탈락자 가리는 ‘서든데스’
한 발의 실수로 10m 5위에 그쳐
10일 50m서 사격 첫 3연속 금 도전
32강 탈락 신아람, 11일 펜싱 단체전
박태환은 “남은 3종목에 최선” 각오
이날 사격장에 나타난 한 팬은 부부젤라(요란한 소리를 내는 응원도구) 같은 나팔을 크게 불었다. 다른 팬들은 이 관중을 향해 ‘도가 지나치다’며 화를 냈다. 브라질 팬들은 자국 선수 필리페 알메이다 우를 응원하기 위해 “우! 우! 우! 우! 우!”를 반복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격의 신’이라 불리는 진종오마저 흔들렸다. 결국 진종오는 결선 14번째 발에 실수로 9.1점을 쏴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탈락이 확정된 후에도 진종오는 사대를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탈락자 자리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던 그는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쓸쓸히 경기장을 떠났다.
진종오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일 열리는 주종목 50m 권총이 남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런던 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에서 올림픽 역사상 첫 3연패를 노린다. 진종오의 10m 공기권총 세계랭킹은 1위에서 4위로 최근 떨어졌지만, 50m 권총은 부동의 세계 1위다. 진종오는 리우로 떠나기 앞서 “50m 권총은 다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러나 10m 공기권총이 미완성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50m 권총에 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다른 금메달 후보였던 남자유도 60㎏급 김원진(24·양주시청)은 7일 패자부활전에서 다카토 나오히사(23·일본)에게 유효패했다. 다카토와 담담하게 인사를 나누고 매트를 떠난 김원진은 지난 4년간 동고동락한 최민호(36) 코치가 등을 쓰다듬어주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힘까지 쏟아내려 했는데…”라고 말한 뒤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앞서 8강에서 김원진은 베슬란 무드라노프(러시아)에게 한판으로 패한 뒤 매트에 누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두 번이나 오열한 그는 “체급을 올려서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진은 세계랭킹 1위지만 큰 무대에 약해서 ‘3등용 선수’라 불렸다. 그 꼬리표를 메칠 기회를 또 놓친 채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약하게 됐다.
신아람은 “그동안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내려놓을 수 있어서 후련하다. 최선을 다했으니 부끄럽지 않다”면서도 “다만 뒷바라지해준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준결승에서 신아람은 경기 종료 1초를 앞두고 ‘멈춰버린 시계’ 탓에 결승행 티켓을 브리타 하이데만(30·독일)에게 넘겨줬다. 황당한 패배를 당한 뒤 그는 피스트(펜싱 경기장)에서 펑펑 울었다. 리우 올림픽도 눈물로 시작한 신아람은 오는 11일 동료들과 함께 여자 에페 단체전에 재도전한다
박태환이 빠진 자유형 400m 결선에서 맥 호튼(20·호주)이 3분41초55로 금메달을 땄다. 쑨양(25·중국)은 0.13초 차이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자유형 100m·200m·1500m을 남겨두고 있는 박태환은 “어렵게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박린·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