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머신처럼 뛸 것” 옥사나 추소비티나(41)
그녀는 서로 다른 3개의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참가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땐 소비에트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이후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에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참여했다. 이후 두 차례 올림픽은 독일 국기를 달았다. 백혈병을 앓는 아들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독일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다. 다행히 아들의 건강은 호전됐고, 추소비티나는 다시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복귀했다.
체조선수로서는 ‘할머니급’이지만 실력만큼은 나이 어린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체조 도마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며 건재를 알렸다. 추소비티나는 기자회견에서 리우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한계는 없다. F1 머신(고성능 경주용차)처럼 쭉 달리겠다”.
‘손주 셋’ 할머니의 도전 메리 한나(61)
그녀는 마흔 한 살이던 1996년 애틀랜타에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리우가 다섯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그새 20년이 흘렀지만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2011년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3위로 입상했다. 2014년 리옹 승마 월드컵과 2016년 스웨덴 승마 월드컵에선 15위를 기록했다.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남녀 35명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겨루는 대회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 말 두 마리를 데리고 출전한다. 엄브로(Umbro)와 부기우기(Boogie Woogie6)다. “나는 매번 올림픽에 나갈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건재하다.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이유다.” 한나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리우 올림픽 출전 소감이다.
“보스턴을 기억하라” 멥 케플레지기(41)
케플레지기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마라톤 대표 선발전에서 2시간 12분 20초로 2위에 오르며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기존 최고령 마라톤 출전 기록(조니 켈리, 당시 40세)을 68년 만에 갱신했다. 케플레지기는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에서 태어났다. 12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온 뒤 마라토너로 대성했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게 유일하다.
“우생순 신화 넘는다” 한국 최고령 오영란(44)
그로부터 12년. 오영란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마흔 넷으로 한국 선수단 중 최고령이다. 최연소인 이은주(17ㆍ기계체조)보다 27살이 많다. 원래 한국 선수단의 최연소는 부상으로 아쉽게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이고임(16ㆍ기계체조)이었다.
‘우생순 신화’를 함께 썼던 임영철 감독이 그녀를 리우로 불렀다. 코트를 떠나 있던 오영란은 고민 끝에 부름에 응했다. 그리고 우생순 신화 넘기에 도전한다. 두 자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