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 매일 줄넘기 1000개, 간절함이 만든 첫 해트트릭

중앙일보

입력 2016.08.06 01:50

수정 2016.08.0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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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

한국은 사상 처음 올림픽 본선에 오른 피지와의 C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8-0으로 대승을 거뒀다. 한국 올림픽 축구 출전 사상 본선 최다 골, 최다 점수 차 승리엔 류승우(23)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전반 32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18분과 후반 추가 시간에 두 골을 더 넣은 그는 한국 올림픽 축구 사상 첫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류승우는 “많은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내 해트트릭보단 팀이 크게 이겨 더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전반 38분 문창진(23·포항 스틸러스)이 왼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찬 페널티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신태용(46) 감독은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류승우 피지전 8-0 최다골승 주역
신태용 감독 “독일전 구상 편해졌다”

이때 등번호 ‘10번’ 류승우가 나섰다. 그는 큰 경기에 유독 강한 선수다. 2013년 터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골을 넣어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 1월 리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5경기에 나서 2골·2도움을 기록했다. 류승우는 “무조건 대량 득점을 하라”는 신 감독의 지시에 따라 맡은 임무를 착실히 수행했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도 그는 곧바로 일어섰고,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멤버 손흥민(24·토트넘)은 피지전을 마친 뒤 “고생을 많이 한 승우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보고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좌우명을 가진 류승우는 이제껏 근성으로 버텨왔다. 2013년 레버쿠젠(독일)에 입단했지만 자리를 못 잡고 브라운슈바이크(2014~2015), 빌레펠트(2015~2016) 등에서 임대 로 뛰었다. 그래도 류승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 꼭 독일에서 성공하겠다”며 도전을 계속했다. 왜소한 체격 조건(1m72㎝, 67㎏)을 극복하려고 매일 줄넘기를 1000개씩 하며 몸을 단련시켰다. 류승우는 “올림픽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개막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와일드카드인 손흥민과 석현준(25·포르투)도 나란히 골을 터뜨리며 슛 감각을 조율했다. 신 감독은 팀 분위기 적응을 위해 이날 후반 19분 두 선수를 나란히 교체 투입시켰다. 후반 27분 손흥민은 류승우가 얻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차 넣었고, 늑골 부상이 있었던 석현준은 후반 32분과 45분 추가골을 터뜨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독일은 멕시코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8일 같은 장소에서 독일과 2차전을 치른다. 신 감독은 “피지전 대승으로 독일전에 대한 구상이 편해졌다. 독일전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바도르=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