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가 차량용 정보기술(IT) 장비를 만드는 전장(電裝)사업부를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설치한 것은 지난해 12월, 불과 8개월 전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BYD의 지분 5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3주 만에 다시 글로벌 자동차부품회사 인수 소식이 터진 것이다. 일각에선 “공격적 행보를 볼 때 전장사업을 반도체사업 수준으로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이 보유한 전자산업 경쟁력
글로벌 차부품사 합치면 상승 효과
3주 전엔 전기차 BYD 지분 투자
“5년 내 차 4대 중 3대 스마트카”
완성차 업체와 협력도 강화할 듯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강화하는 건 ▶시장 성장세가 어떤 사업보다 가파르고 ▶핵심 경쟁력이 삼성전자가 이미 보유한 경쟁력과 겹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은 IT 부품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현재 35% 수준인 자동차의 전장 부품 비율이 2020년엔 50%를 넘어설 걸로 예상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0년 무렵엔 스마트카의 생산 비중이 전 세계 자동차의 4분의 3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야말로 ‘달리는 컴퓨터’, 스마트카의 시대가 곧 열린다는 얘기다.
스마트카 시장에선 자동차 기업보다 전자회사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카의 두뇌 역할을 할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카메라·배터리 등은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과 겹친다. 연비 향상 보조장치나 전동 컴프레서 등은 냉장고·에어컨을 만들 때 쓰인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자동차 시장에 계속 도전장을 내는 건 그래서다. 애플은 포드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은 누적 300만㎞ 이상 시험 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샤오미 역시 지난해 스마트카 관련 특허를 제출했다.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장은 “향후 스마트카 시장에선 자동차에 어떤 뼈대를 썼느냐 보다 어떤 소프트웨어로 차가 굴러가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며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은 IT 기업이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강화할 거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전장사업 기술 개발이나 공급처 확대 등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그동안 GM·도요타·폴크스바겐·포드의 최고경영진과 꾸준히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구글 등 IT 기업들도 벤츠·BMW·아우디·도요타 등과 합종연횡하며 스마트카 시장을 향해 뛰고 있다.
최정단 실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장 부품 분야에선 이제 시작”이라며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다양한 완성차업체와 협력하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이창균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