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견된 그라피티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잠실역 그라피티 이후 일주일 사이 강남역·건대입구역·합정역·상수역 등 20여 군데에서 그라피티가 연이어 발견됐다.
경찰 “놔두면 더 큰 범죄 번져” 수사
강남·잠실·합정역 등 주로 2호선
새벽 시간 1분 정도 그리고 도주
예술작품과 달리 조악한 문자들
일각선 “표현의 자유…처벌 과해”
경찰은 이런 그라피티 행위를 범죄로 보고 엄정하게 단속한다는 입장이다. 범죄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해서다. 지하철 역사·차량 등에 무단으로 대형 낙서를 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재물손괴(형법 366조)에 해당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러 명이 가담한 경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그라피티 소동이 일자 경찰청은 “그라피티 범죄가 발생할 경우 수사전담팀을 지정하고 본국으로 도주한 외국인에 대해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이들을 잡기는 쉽지 않다. 새벽 시간대에 은밀한 장소에서 그라피티를 그리고 달아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다. 현장을 잡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잠실역 그라피티 범죄를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으로 용의자가 한 명인 것은 특정했지만 1분 남짓 짧은 시간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사라진 데다 사각지대여서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집중 모니터링을 해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방철도 사법경찰대의 김현모 수사관은 “특히 외국인 그라피티 범죄의 경우 범인을 특정하고 나서 잡으려 하면 출국한 경우가 많아 체포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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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경희대 미대 교수는 “그라피티는 자유 정신을 대변하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우리나라는 그라피티에 대한 처벌이 너무 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벽과 도로 등 도시 전체를 시민의 것이라고 본다면 도시에서 일어나는 표현의 자유는 허락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라피티 작가 ‘닌볼트’(38·본명 지성진)씨는 “허락을 받지 않고 하는 그라피티는 범죄다. 우리나라 작가도 요즘은 사업자를 내고, 허락을 맡고 벽화 의뢰를 받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그라피티는 비보잉처럼 차세대 한류 콘텐트로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승기·윤재영 기자 ch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