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윤진희는 4년 뒤 런던 올림픽을 몇 개월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선수로서의 삶 대신 평범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였다. 윤진희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2011년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이자 네 살 연하인 후배 선수 원정식이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두 사람은 태릉선수촌에서 사랑의 꽃을 피웠다. 윤진희는 “남편은 나를 항상 웃게 해주는 자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원정식·윤진희, 한국 첫 부부 출전
베이징 은메달 딴 아내 결혼 뒤 은퇴
두 아이 키우며 평범한 주부 생활
인천 아시안게임서 무릎 다친 남편
“같이 하면 힘 날 것 같아” 복귀 제안
힘든 재활 견디고 나란히 태극마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두 사람에게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원정식은 대회 전 “아내가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아내에게 메달을 선물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용상 경기 도중 왼 무릎 힘줄이 끊어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윤진희는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남편의 뜻하지 않은 부상은 부부에게 새로운 계기가 됐다. 아내 윤진희 역시 다시 바벨을 들기로 한 것이다. 윤진희는 “부상을 당했던 남편이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면 훨씬 힘이 날 것 같다’며 운동을 다시 하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남편 원정식의 재활 못지 않게 아내 윤진희의 복귀도 쉽지 않았다. 두 딸을 키우면서 3년 동안 바벨을 놓은 탓에 근육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힘겨운 훈련을 이겨냈다. 그리고 2015년 나란히 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달았고, 리우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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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식과 윤진희가 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원정식은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 인상에서 15위에 올랐으나 용상에서는 실격당했다. 윤진희도 합계 188㎏을 들어 1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예전의 기량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각국의 도핑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 선수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근 코치는 “기록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면 깜짝 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윤진희는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나와 남편 모두 큰 영광을 안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