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곤욕을 치렀던 미국·유럽권 금융관료와 중앙은행 총재들이 퇴임 후 금융위기에 책임이 큰 대형 금융사에 둥지를 트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해 상충을 지적하는 비판이 거세다.
머빈 킹 전 영란은행 총재
은행 고임금 비판했던 머빈 킹 전 영란은행 총재는 시티그룹으로
퇴임 직후 손수 차 몰고 연구소 출근했던 벤 버냉키 전 Fed 의장도 핌코·시타델서 '투 잡'
이달 초엔 주제 마누엘 바호주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고위 간부로 영입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의 모국인 포르투갈은 물론 프랑스 등 유럽지역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바호주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 2002~2004년 포르투갈 총리를 지낸 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EU집행위원장직을 맡아왔다. 골드먼삭스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금융위기를 초래한 대표적인 투자은행으로 꼽힌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는 지난 9일 바호주 전 집행위원장에 대해 ‘수치를 모른다’, ‘품위를 상실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영국에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의 고문으로 영입된 전례가 있다. FT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2008년 JP모건에 합류하면서 무려 연봉 200만 파운드(약 30억원)를 받았다.
벤 버냉키
밥 젠킨스 전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 위원은 금융관료들의 민간금융사 행에 대해 “실제로 존재하고 인지할 수 있는 이해상충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전문 인사가 금융관료의 전문성을 살리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금융당국과 금융가 간 유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젠킨스 전 위원은 “기득권이나 지배계층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가 극도로 낮은 상황인 만큼 정부가 이 이슈를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