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안전 요소 순위 매겨 한눈에 보는 안전지도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청량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장상’ 수상 팀이 다니는 학교죠. 지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다섯 명의 학생들은 학교 주변 곳곳을 촬영한 사진을 꺼내, 지도 위에 펼치더니 각각의 위치를 짚으며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여성의 광장’ 근처 보행로는 차도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요(김동후)”, “‘나사렛 국제 병원’ 앞 도로는 차선이 흐릿하죠(김리안).” 학생들은 대회 이후 ‘도시 전문가’가 다 돼 있었습니다.
아차, 이들에 대한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대회 공고가 난 6월,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윤수정
선생님이 전교어린이회장인 이아선 학생을 불러 참가를 권하셨답니다. 아선 학생은 같은 학년의 김리안·곽서윤·이재현·김동후 학생과 팀을 이뤄 대회 준비를 시작했죠. 교통 표지판 읽는 것도, 길 찾는 것도 서툰 학생들의 길잡이 역할은 윤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우리학교 안전지도 콘테스트
3학년 학생들이 그린 산업단지 안전지도
인천 서구 원창로 147. 두 번째로 찾은 신현북초등학교의 주소입니다. 바다와 가까워 원유·철재·목재 등의 원자재를 외국에서 싣고 온 선박들과 이를 육지로 운반하는 커다란 트럭들을 쉽게 볼 수 있죠. 또 근처엔 수많은 공장과 회사들이 자리했고요. 이 일대를 통틀어 ‘인천 서부산업단지’라고 부르는데, 학교는 이곳에서 불과 36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산업단지 주변의 안전지도를 그리겠다고 용감하게 나선 이들은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입니다. 담임인 황운희 선생님의 지도 아래 같은 반 김건우·임상준·신가현·윤성아·최수현 학생이 팀을 이뤘죠. 지도 제작까지 걸린 시간은 3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황 선생님은 “덤프트럭들 사이에서 사고라도 날까 걱정이 컸다”고 말했죠. 학생들은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금세 지쳤다”고 말했습니다.
조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학생들은 “화학물질 냄새”라고 입을 모았죠. 의료용 가스 제조 공장 등에서 뿜어져 나온 정체 모를 냄새를 말하는 겁니다. 지도엔 침대·합판 등 커다란 쓰레기가 발견된 곳의 위치도 표시돼 있었는데요. 건우 학생은 “주민센터에 신고하지 않은 대형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죠. 가현 학생은 “근처를 지나다 1~2m 길이 철봉이 인도로 굴러 떨어지는 걸 보기도 했다”고 말했어요. 한창 공사 중인 곳도 표시했는데, 상준 학생은 “매연·먼지 때문에 공사장 옆을 지날 땐 숨을 참았다”고 했죠.
‘아동안전지킴이집’은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안전지역입니다. 유괴·납치 등을 비롯한 위험에 처한 아동을 임시 보호하는 곳인데, 상점 가운데 경찰에서 지정하죠. 그런데 수현 학생은 “대회가 아니었다면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처음 알게 된 안전지역은 또 있죠. 주민 누구나 폭염을 피해 쉬어갈 수 있는 ‘무더위 쉼터’입니다. 하지만 성아 학생은 “두 곳 모두 학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신현북초의 안전지도는 ‘인천시교육감상’을 받았습니다. 심 계장은 “위험 요소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평가했죠. 황 선생님 역시 “위험 요소 위치를 표시하고 학생들이 본 것을 함께 적도록 했다”며 “이 부분이 ‘열심히 조사했다’는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위험 요소에 개선 방법까지 담긴 안전지도
인천 경원초등학교 학생들은 대회 준비 시작 전부터 엄청난 경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참가를 희망한 학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결국, 투표까지 거친 다음에야 최후의 5인이 선발됐습니다. 바로 ‘인천시장상’을 수상한 이 학교의 6학년 조수현·이기훈·이호준·정은서·오준혁 학생 팀이죠.
학생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학교 주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수현 학생은 “학교 앞 대로가 ‘사고다발지역’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았죠. 기훈 학생은 “화단 앞에 담배꽁초가 잔뜩 버려진 곳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금연구역이었다”고 말했어요. 학생들은 이러한 위험 요소 옆에 앞으로의 개선 방법까지 적어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심 계장 역시 “놀이터 보수공사를 직접 요청하는 등 학생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죠.
마을 탐험대 활동하며 업그레이드한 안전지도
인천 작동초등학교 4학년 김도연·김민채·유예현·최정윤 학생 팀은 이번에 ‘인천지방경찰청장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안전지도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열흘. 하지만 지도교사 신동경 선생님은 “정확히는 3개월 정도 걸린 것”이라 말합니다. 사실 학생들은 지난 4월부터 ‘마을 탐험대’로 활동하며 학교 주변 위험 요소를 꾸준히 관찰했어요. 신 선생님은 “이번에 만든 지도는 탐험대 활동을 통해 조사한 내용에 새로 취재한 내용을 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설명했죠.
학생들은 “놀이터를 점검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처음 봤다(유예현)”, “생각보다 CCTV·가로등 수가 적어 놀랐다(김도연)”고 말하며 “우리 동네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죠. 이런 작동초의 안전지도에 대해 심 계장은 “표시된 위험 요소의 항목이 다양한데다 아이콘을 활용해 보기 쉽게 나타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글=이연경 인턴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