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차에 여행경비 묶어…김정주 뇌물죄 시효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16.07.28 03:00

수정 2016.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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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구속) 검사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김정주(48·넥슨 창업주·사진) NXC 대표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가 2009년 이후 진 검사장과 여러 차례 일본·중국 등지로 가족 동반여행을 다니며 경비를 대신 내준 것을 뇌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임검사팀은 여행경비를 대준 시기가 2009년 이후라서 공소시효(7년)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 대표가 2005년 진 검사장에게 공짜로 준 4억2500만원 상당의 넥슨 비상장주식 1만 주와 2008년 무상으로 제공한 3000만원 상당의 제네시스 차량과 함께 여행경비를 대납해 준 것이 모두 하나의 뇌물 범죄, 즉 ‘포괄일죄’라고 보고 범죄 혐의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포괄일죄는 여러 개의 행위가 한 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진경준과 가족동반 여행경비 대줘
2009년 이후…공소시효 7년 안 끝나
비상장 주식?제네시스도 공짜 제공
회삿돈으로 댔다면 배임죄도 성립

당초 특임검사팀은 넥슨 주식과 제네시스 제공 에 대한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자는 처벌규정이 없고, 형법상 공소시효가 7년이라 김 대표를 기소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선 진 검사장에게 포괄일죄 법리를 적용해 2008년 받은 제네시스를 기준으로 2005년 주식까지 뇌물수수에 포함시켰지만 정작 뇌물을 준 김 대표는 처벌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진 검사장의 여행경비를 대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상 주식 제공 및 제네시스 무상 제공의 공소시효도 살아나게 됐다.

특임검사팀은 다음달 2일 진 검사장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김 대표의 뇌물액수 특정을 위해 김 대표가 진 검사장에게서 돌려받았다는 일부 경비의 성격을 확인 중이다. 지난 22일 세 번째 소환조사에서 김 대표는 여행경비에 대해 “개인 돈으로 준 것이며 일부는 (진 검사장에게서)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특임검사팀은 앞선 조사에서 김 대표로부터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살 수 있게 종잣돈을 주고 이후 넥슨재팬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진 검사장이 원하는 차량을 리스해 준 것은 검사 친구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만큼 여행경비 역시 이런 뇌물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27일에도 김 대표를 다시 불러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이와 함께 특임검사팀은 김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회삿돈으로 뇌물 성격의 여행경비를 댔다면 배임으로 볼 수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회사의 이익이 아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 재산을 뇌물로 줄 경우 배임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임검사팀의 수사 범위는 진 검사장 관련 의혹으로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수사 종료 시 김 대표와 넥슨 관련 부분을 떼어내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 간의 서울 강남역 인근 땅 거래 의혹 고발사건과 병합해 별도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이석·송승환 기자 oh.i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