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굴레…2분기 GDP 증가율 0.7% 그쳐

중앙일보

입력 2016.07.27 02:07

수정 2016.07.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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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끄트머리에 신기루인지, 오아시스인지 모를 형체가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형국이다. 26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速報)치는 ‘저성장의 재확인’과 ‘일부 희망적 지표들의 등장’으로 요약된다.

큰 틀의 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7%로 3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의 0.5%보다는 0.2%포인트 높아졌지만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최근 10개 분기 중 0%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8개 분기에 이른다.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3% 증가했던 국내총소득(GDI)이 2분기에 -0.4%로 뒷걸음질 쳤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분기 기준으로 GDI가 감소한 건 2011년 1분기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하지만 세부 통계를 보면 긍정적인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일단 한국 경제의 희망인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1.1%)을 했던 수출은 2분기에 0.9% 증가했다. 수입도 1.9% 늘어났다. 수출과 수입이 증가한 건 2분기 원유가격이 1분기보다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은 발표…3분기 연속 0%대 기록
수출·소비 등 일부 지표 다소 개선

민간소비 증가율도 1분기 -0.2%에서 2분기에 0.9%로 상승 반전해 ‘소비 절벽’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김영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2분기에 전반적으로 소비가 회복됐다” 고 말했다.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은 2.8% 성장해 전체 서비스업(0.5%)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설비투자가 1분기 -7.4%에서 2.9%로 반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 부장은 “1, 2분기 경제성장률은 한은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GDI도 1분기보다 낮아진 것일 뿐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4.4%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 하락을 막았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을 뿐 일부 항목이 개선된 것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긴 어렵다”며 “자칫하다가는 경제성장률이 연 2%대 중반으로 고착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이 경기를 반등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