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지역까지 날려온 잿가루 수영장 임시폐쇄·스모크 경보

중앙일보

입력 2016.07.26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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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스티븐슨랜치 주택가에서 바라본 `샌드캐년 산불` 현장. 바람을 타고 화마가 이리저리 옮겨 번지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


○…산불 잿가루가 바람을 타고 인근 지역으로 퍼지면서 발렌시아, 스티븐슨랜치, 라크레센타, 글렌데일, 버뱅크 등 인근 도시들은 회색 도시로 변했다. 스티븐슨랜치 거주 한인들은 2주 전에도 산불이 발생해 매캐한 냄새와 먼지로 고생했는데 또 대형 산불이 일어났다며 답답해 했다. 또 라크레센타 지역에 우편물을 배달한 일부 우정국 배달원들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를 보기도 했다. 한편 글렌데일과 패서디나의 경우 야외 수영장을 임시 폐쇄했으며, 인근 골프장에도 잿가루가 필드 위를 덮여 골프장을 찾았던 골퍼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남가주 대기정화국(SCAQMD)은 스모크 경보를 발령하고 영향권 지역의 호흡기 및 심장 질환자와 노약자의 외출 삼가와 주민들의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했다. 또한, 셰리프는 산불상황이 매우 위험하고 긴박하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강제 대피령이 발령되면 반드시 신속하게 준수할 것을 주문했다.

샌드 산불 이모저모
노약자 외출 자제 권고

○…이번 산불 진화 작업은 다른 산불과 달리 진행 방향이나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A카운티소방국은 "덥고 건조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방향이 자주 바뀌어 예측하기 힘들다"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기온도 높아 소방대원들이 투입된 지 2~3시간만 지나도 지쳐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지역 주민은 "산새가 가파른데다 협곡같이 길이 좁다. 게다가 지형도 험준해서 소방관들이 단시간에 불길을 쫓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근 동물들도 대피에 들어갔다. LA카운티 동물보호통제국에 따르면 현재 우들랜드 피어스 칼리지, 아구아둘체공항, 캐스테익 웨스트사이드 교도소에 임시 동물 대피소가 마련됐으며 화재 인근에 있던 말과, 염소, 닭 등 400여 마리의 가축들도 이송됐다. 실마에 있는 비영리 야생동물 구호단체 '와일드 웨이스페이션'이 보호하고 있던 뱅갈 호랑이와 마운틴 라이언을 포함한 야생 동물들도 수십대의 트럭과 트레일러가 동원돼 안전한 장소로 이송됐다.

○…강제 대피령이 발령됐던 지역에 6년 동안 살았던 팀 기이저씨는 잠시 돌아와 전소된 집을 보며 "모든 것을 잃었다(It's all gone)"고 한탄했다. 그는 조용해서 살기 좋았는데 산불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울먹였다.


○…산불이 북쪽 주택가로 번지면서 남가주지역 통근열차를 관리하는 메트로링크 측은 철로통제에 따라 빈센트 그레이드/액턴역, 팜데일 또는 랭캐스터역의 열차운행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25일 통근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오수연·진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