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여자 선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장으로 선출된 뒤 선생님의 망언을 들었다. “여자를 반장으로 뽑다니 한심하다, 남자들 고추 다 떨어지겠다”는 식이었단다. 모두 1980년대 이야기다.
“기가 세고 생활력 강한 여자들 때문에 이혼율이 높아졌다.” “집안일 많이 하는 아내가 좋은 아내다.” “여자가 멍청하면 남자가 똑똑하면 되고, 돈이 없으면 남자가 돈이 많으면 된다. 하지만 못생긴 여자는 안 된다.”
어느 여고에서 각각 다른 선생님이 수업 중에 한 말이란다. 우리 팀에서 청소년 기자들과 함께 만드는 온라인 매체 TONG(tong.joins.com)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그렇다. 또 다른 여고생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여성의) 유일한 행복이라고 항상 이야기하는 선생님들이 있다”고 익명 채팅 코너인 ‘복면토크’에서 털어놓았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커서 2014년 기준 남성보다 36.7% 임금을 적게 받고(OECD 평균 격차 15.6%포인트), 고용률 격차도 21.9%포인트(OECD 평균 12.6%포인트)에 달한다. 현실이 그러하니 무려 2016년에도 일부 교사들은 여학생들에게 ‘바깥일’에 ‘노오력’ 해봐야 별 볼일 없을 거라고 가르치는 걸까.
학교 현장만 탓할 일도 아니다. 한국 사회가 성인 여성을 대하는 방식도 그다지 나을 게 없어서다. 누리과정 예산으로 한 해 4조원을 쏟아붓고 온갖 출산장려운동을 벌여도 별 무소용인 건 ‘출산은 애국’이라며 들이대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반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불평등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조용한 출산파업 때문이라는 걸 정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이경희 키즈&틴즈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