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민의 기업

[국민의 기업] 온실가스 감축, 원자력이 현실적 대안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6.07.22 00:01

수정 2016.07.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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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관심이 영국에 쏠리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때문이다.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참여한 영국 국민 중 52%가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세계 경제 전반이 ‘태풍’의 영향권에 놓였다. 영국과 유럽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국은 경제·정치·문화적 측면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충격파에도 변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대응 정책이다.

최근 엠버 러드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은 런던에서 개최된 기업기후회담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가 영국의 경제와 국가안보에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브렉시트 이후에도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변함없이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러드 장관의 발표 내용 중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영국이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해상 풍력 및 청정에너지 기술 지원과 함께 영국 내 6개 지역에 18GW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12대, 15대)

이처럼 원자력은 지구 온난화와 홍수·태풍·쓰나미 등 각종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기후변화대응 정책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가 야기하는 지구온난화는 이제 먼 나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의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인간을 위협하는 각종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며, 이상 기후로 인해 심각한 재해가 빈발하는 등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의 주식인 쌀 생산이 국내에서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기됐을 정도로 일상 깊숙한 곳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미 지난해 12월 15일, 전 세계 195개국 정상은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기후협정’을 채택한 바 있다. 협정에 따르면 각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노력을 한다”는 장기목표 아래 기여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의 37%를 줄이겠다는 ‘도전적인’ 감축 공약을 유엔에 제출했다.


온실가스 총 배출량 가운데 80~ 9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려면 원자력 사용이 불가피하다. 태양광·태양열,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함께 진행돼야 하겠으나, 당장은 국토의 면적도 제한적이고, 에너지 생산량 및 경제성 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주된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기후체제 아래 안정적 전력 수급에 가장 적합한 원자력의 가장 큰 문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함으로써 해결해할 수 있는 문제다.

마침 지난달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승인했다. 이를 위해 4년 이상 전문가들의 심층 검토가 진행됐다. 신고리 5, 6호기는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 및 후쿠시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폭 강화된 ‘안전 규정’에 따라 지어질 것이다. 내진 설계를 강화해 규모 6.9의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했으며 이전에 없던 해일로 원전이 물에 잠기더라도 전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최악의 경우에도 수소 폭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첨단 수소 제거 설비가 설치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설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국민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원전이 건설되고 운영됨으로써 원자력이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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