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만든 무인비행체그룹인 드론100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전 설정된 동선대로 움직이며 불꽃보다 더 정확하게 그림을 그려냈다. 이들은 지난해 무인비행체 최초 공연으로 기네스신기록을 세워 화제도 됐다. 인텔 관계자는 “4G 이동통신인 LTE보다 100배 이상 빠른 5G 통신이 시작되면 드론은 실시간으로 주변 사물들과 통신하는 ‘움직이는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간 유망 업체 꾸준히 인수
BMW와 자율주행차 파트너십 맺어
5G 네트워크 시장 선점에 승부수
주력이던 PC사업 매출 60% 이하로
이를 위해 인텔은 지난 4월 전체 직원의 11%인 1만 2000명을 구조조정한 데 이어, 4G 시대에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 무대였던 스마트폰용 통합 반도체(시스템온칩) 사업에서도 물러났다. 인텔이 주도하는 5G 생태계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윤은경 인텔코리아 부사장은 “5G 네트워크에서 데이터가 흐르는 과정 전체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있다”며 “이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인텔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PC 시대에 반도체 성능을 2년마다 2배씩 끌어올린 ‘무어의 법칙’의 가치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윤 부사장은 “‘무어의 법칙’은 숫자 자체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인텔의 역량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2~3년 간 클라우드와 IoT 분야에서 유망한 기술기업을 꾸준히 사들였다. 지난해 머신러닝 기술벤처 ‘샤프론’과 VR 헤드셋 업체 ‘뷰직스’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초엔 독일의 드론 업체 ‘어센딩’을 인수했다. 최근에도 4·5월엔 요기테크·잇시즈 등 IoT 및 무인자동차 기술업체를 잇따라 샀다. 이달초 자동차제조사 BMW·러시아 모빌아이와 자율주행차 협력 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지난해 167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알테라는 인텔의 IoT 사업 역량을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변신으로 인텔의 연매출 중 클라우드(데이터센터)와 IoT 사업의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 총 매출의 23%였던 클라우드 사업이 2년 만에 29%까지 올랐다. 반면 PC 사업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60% 아래까지 떨어졌다. 체질 개선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지난 18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등장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텔의 변화에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18일 모바일 반도체 설계업체인 영국ARM을 일본 소프트뱅크가 320억달러(약 36조원)에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인텔과 ARM 진영의 5G 대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ARM은 직접 반도체를 설계해 제조하는 인텔과 달리 반도체 설계도를 퀄컴·삼성전자 같은 반도체기업에 팔아 로열티로 수입을 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에 향후 5년간 투자를 집중해 생산력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인텔이 집중하고 있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분야에서 ARM과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