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알빈 리우 티몰글로벌 대표는 “지난해 4월 개관한 ‘티몰 한국관’에 현재 600여개 한국 패션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연 성장률이 50~60%에 이른다. 한국의 패션이 화장품 인기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몰글로벌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 플랫폼이다.
새벽 1시 의류 도매상가 가보니
신상품 하루 3만개 ‘K스타일 산실’
매장 찾는 손님 90% 이상이 중국인
샘플 구입한 뒤 현지 짝퉁 제작 많아
“K패션이 수출 효자산업 되려면
업계가 중국시장 직접 개척해야”
지난 15일 새벽1시 동대문 도매상가. 이 곳은 30여개 상가에 3만5000여개의 의류 점포가 몰려있는 ‘K스타일의 산실’이다. 이날 만난 김옥경(32)씨는 에이엠럭스 상가에서 3년째 ‘블로킹’이란 브랜드를 운영중이다.
김 씨는 “중국 손님이 90% 이상”이라며 “매주 일 요일에 한 번씩 신상품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와서 물건을 떼어간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동대문은 가게마다 만드는 옷 스타일이 다 달라 (중국)손님들도 자신이 선호하는 집을 단골로 삼는다”면서 “성수기에는 신상품 중 히트상품 2~3가지가 나오면 하루에 500~600장은 주문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에서 하루에 쏟아지는 신상품은 무려 2만~3만개. 디자이너 1만여명을 포함해 동대문 종사자 15만여명이 2만개 생산공장과 협업하는데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제작·유통까지 2~3일이면 한 사이클이 돌아간다. 2주에 한 번꼴로 신상품이 나오는 ‘자라(ZARA)’, ‘유니클로’, ‘H&M’등 세계적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보다 훨씬 빠른 ‘한국형 SPA’시스템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도매상 A씨는 “2주에 한 번씩 동대문에 오는데 스타일을 따서 (중국)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 판매하고 있다”며 “한국의 온라인몰에서 코디해 놓은 것을 보고 그대로 해서 팔면 인기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의류·유통업계에선 동대문이 한 축인 K패션이 ‘수출효자 산업’이 되려면 한국 디자이너와 업체가 직접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패션 전문쇼핑몰의 중국 진출이다.
K패션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몰을 통한 역직구(해외직판) 판매액은 1조1933억원으로 이 중 중국 소비자 비중이 68%였다. 품목 별로는 화장품이 6576억원으로 압도적이었지만 의류·패션도 2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나 증가했다. 중국 내 의류 역직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원이었는데, 2018년에는 9조~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유통업계에서도 장기적인 매출 증대를 위해선 ‘진품’을 파는 것이 훨씬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한다. 실제 오는 8월엔 중국 최대 온라인 패션몰인 ‘모구지에’의 천치 대표가 직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자사의 플랫폼에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패션 전문쇼핑몰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모구지에는 하루 이용자만 1000만명이 넘고 지난해 약 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도 티몰글로벌내 ‘관망동구’채널에 한국 전문쇼핑몰 사이트들을 직접 연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 입장에선 번역 없이 한국어로 된 쇼핑 사이트를 둘러보는 셈이지만 한국의 패션과 스타일 콘텐트를 여과없이 접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카페24를 통해 지난해 7월 관망동구에 입점한 ‘미아마스빈’강병석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매출이 매달 200%씩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중국 역직구 매출 목표를 2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중국에서 관심 있어 하는 건 한국 패션 대기업 브랜드가 아니라 수많은 동대문 매장, 전문쇼핑몰에서 내 놓는 ‘스트리트(street) 패션”이라며 “개인들이 운영하는 전문쇼핑몰을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닌 하나의 창의활동으로 인식하고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패션협회 김성찬 이사는 “중국 시장의 경우 한국의 상품력과 디자인력, 중국의 유통력이 합쳐질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며 ▶온라인쇼핑몰 ▶오프라인 편집숍 ▶쇼룸 비즈니스(B2B 패션전시회)를 최근 유망한 중국내 3대 유통채널로 꼽았다.
글, 사진=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