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를 쏙 빼닮은 아이오닉 운전석에 올라탔다. 계기판은 단순 명료했다. 엔진 분당 회전수(RPM) 눈금을 생략했다. 대신 파워(PWR)·에코(ECO)·충전(CHARGE) 눈금으로 채웠다.
서울 고덕동~여의도 왕복 60㎞
시속 80㎞인데 소음 사무실 수준
계기판서 근처 충전소 바로 검색
GM, 올 676㎞ 주행 볼트 선 봬
현대차, 2년 안에 320㎞ SUV 계획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구간에 들어서자 1킬로와트시(kWh) 당 8㎞를 넘나들던 연비가 6㎞까지 쭉 떨어졌다. 전기차 운전자의 최대 고민거리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운데 조작부의 ‘EV’(전기차) 버튼을 눌렀다. 이어 뜬 ‘충전소 검색’ 탭을 누르자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가 검색됐다.
올림픽대로 천호대교 인근에서 가속 페달을 꽉 밟아봤다. 130㎞까지 무리없이 눈금이 쭉쭉 올라갔다. 60㎞ 거리를 2시간 30분 동안 달려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주행 내내 에어컨 온도를 17도로 맞춰놓고 중간 세기로 틀었다. 급가속·급제동을 반복하며 시속 150㎞까지 밟아도 보고, 정체 도심 구간도 통과했다. ‘연비 주행’으로선 별로인 조건에서 달렸다는 얘기다.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kWh 당 7.4㎞. 역산해보면 1회 완충시 199.8㎞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연료 게이지는 18칸 중 15칸이 남았다. 이날 한 자동차 전문 매체 기자는 같은 구간을 1kWh 당 13.6㎞의 연비로 주행했다. 1회 완충시 367.2㎞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어컨을 끈 채 시속 50~60㎞로 달린 결과다.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 계획은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뉜다. 올해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2018년까지 1회 충전시 320㎞를 주행할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SUV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와 GM ‘볼트’ 등 4000만원대 가격에 300㎞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한 보급형 전기차와 경쟁한다. 포르쉐와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고급차 브랜드가 수억원에 달하는 ‘럭셔리 전기차’를 출시하는 시점인 2020년엔 제네시스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더 뜨거워진다. 한국GM은 GM 본사에서 개발한 전기차를 속속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기존 유일한 전기차 스파크 EV에 이어 올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전략 차종은 ‘볼트’다. 볼트는 내연기관을 장착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속성을 지녔지만 순수 전기차 모드 주행거리가 89㎞에 달해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로 분류한다. 1회 완전 주유·충전시 676㎞에 달하는 최대 주행거리가 특징이다.
르노삼성차는 SM3 ZE 택시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올 하반기엔 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국내 출시한다. 도요타 ‘아이로드’와 비슷한 2인승 전기차다. 유럽에서 2012년 이후 2만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이다. 트위지는 1회 충전시 100㎞까지 달릴 수 있다. ‘SUV 명가’ 쌍용차는 현재로선 친환경차 출시 계획이 없다. 경유차를 중심으로 한 현재 판매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