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무수단 환호’ 순간, 외교부가 국방부에 밀렸다

중앙일보

입력 2016.07.14 02:06

수정 2016.07.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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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 직후 협의 개시를 선언한 지 5개월 만에 배치를 공식 발표(7월 8일)했고, 그로부터 닷새 뒤인 13일 경북 성주를 부지로 결정했다. 특히 6월 들어 논의 속도가 빨라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6월 말 배치를 결정하고, 7월 4일 관계부처회의를 했다”며 “지난 7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무수단 미사일 발사 후 당 관계자를 안고 기뻐하는 모습.

사드 배치를 앞당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화성-10) 발사였다. 실제 무수단 발사(6월 22일) 이후 부지 선정(7월 13일)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21일이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발사 각도를 수직에 가깝게 하는 고각발사 기술을 보유하게 된 이상 사드 배치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 국방부 의견이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그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1일 만에 사드 속전속결 결정 왜
중국의 대북제재 공조 균열 우려
외교부, 애초부터 조기 배치 신중
“6월 말 성주로 이미 결정났지만
설만 난무하고 남남갈등 커져
부지 선정 발표 예정보다 앞당겨”

이 과정에서 수차례 NSC 상임위원회가 열렸으며, 외교부와 국방부 간에 의견차가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는 중국이 모처럼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데, 사드 배치로 인해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발표 시점과 관련, 외교부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중국 방문(6월 26~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목한 미국의 대북 인권 제재 명단 발표(7월 6일·현지시간) ▶필리핀과 중국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 판결(7월 12일) 등 일련의 예민한 외교일정을 감안해 좀 더 시간을 두고 발표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미국과 이미 조기 배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중국만 생각해 발표 일정을 미룰 순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했다. 결국 북한의 도발에 시급한 조치를 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 관계자는 “6월 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황 총리가 중국에 가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나는데 이때 발표할 수는 없었다”며 “그렇다고 모든 걸 감안해 마냥 미룰 수도 없어 발표일을 8일로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뒷감당’을 해야 하는 외교부는 그때부터 비상이 걸렸다. 중국을 직접 상대하며 후폭풍을 정면 돌파해야 하는 것은 외교라인이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제 정말 전쟁하듯 치열하게 한 수, 한 수를 둬야 하는 때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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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선정 발표는 ‘사드 님비(NIMBY·지역 이익에 반하는 일을 반대하는 것)’ 현상이 앞당긴 측면이 있다. 한·미는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할 때 “부지 선정은 몇 주 내에(within a couple of weeks)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은 13일 “(언론이) 추정해 들어오고, 유력하지 않거나 후보지도 아닌 곳 주민들이 반발했다”며 “국방부가 제때 알리지 않아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앞당겨 발표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6월 말 배치를 결정할 때부터 이미 성주로 결정돼 있었다”며 “갈수록 남남갈등 양상을 보이고, 어제 일부 언론에 성주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오늘 바로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지혜·현일훈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