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은행의 상태는 ‘좀비’에 가깝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은행이 보유한 부실대출은 전체 대출의 17%인 3600억 유로(약 457조원)”라며 “은행들의 대차대조표는 엉망진창”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이론상 기준인 2%보다 8배나 높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도 위기에 몰린 미국 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5%)과 비교해도 엄청난 수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은행권의 부실 대출은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한다.
3위권 은행 부도 위기, 부실 확산
은행 채권 투자자 중 45%가 개인
EU 방식 공적자금 투입 어려워
독 최대 도이체방크도 신용 위험
WSJ은 “채권자에 부실 대출의 책임을 물리면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매가 이어지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혼란은 10월 개헌 국민투표에 정치 생명을 건 렌치 총리에게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렌치 총리는 상원 기능을 없애고 국회의원을 100명 줄이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렌치의 힘겨루기도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고 있다. 드라기는 3일(현지시간) 렌치의 공적자금 투입 카드가 “EU 금융규제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실제 속내는 우파 진영의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드라기가 정적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위험한 곳은 이탈리아 은행만이 아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위태롭다. 도이체방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일 252.1bp(100bp=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유럽 금융시장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소시에테제네랄 이사회 의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은행 시장이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은행 위기가 다른 유럽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도이체방크 자료를 인용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부실은행 자본 확충에 1500억 유로의 공적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