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마늘 파동’ 당시 중국으로부터 휴대전화 수입 금지 조치를 당한 적이 있는 정보기술(IT) 업계는 특히 긴장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00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물리는 관세를 10배가량 올리자 1주일 뒤 중국 정부는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한국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마늘은 1000만 달러 미만이었는데 중국이 막아버린 수출 규모는 5억 달러를 넘었다.
IT업계 ‘3조 중국자본’ 빠질까 울상
유커 한국행 문턱 높이면 관광 타격
한국화장품 안전검역 강화될 수도
“보이지 않게 한류 등 견제 가능성
WTO 통한 반덤핑 소송도 대비를”
관광공사 관계자는 “내부는 물론 관련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분석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여행 업계는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금지’ 같은 초강수를 둘 가능성은 낮게 보는 대신 ‘반한(反韓)’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 언론이 한국과 사드에 대해 연일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여행객들이 ‘한국’ 자체를 꺼리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화장품 업계의 경우 중국 수요 없이는 사실상 ‘K뷰티’ 열풍을 이끌어 가기 힘든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은 중국 매출 증가에 따른 2분기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안전 검역을 강화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여행규제를 하면 면세점 매출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팩 등 한국의 인기 화장품 품목의 상당수가 중국 내 ‘보따리상’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에서 공항에서 검역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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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의 60~70%가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면세점 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한국행 여행 조건을 까다롭게 만드는 것처럼 중국은 민간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정치·외교적 이슈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무역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 대표 수출 품목보다는 중국 내 한류 콘텐트 방영 등 관광과 한류 분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먼저 예민한 입장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통상 압력이 가시화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소송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을 상대했던 과거를 보면 반덤핑 조치 등으로 명시적으로 보복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송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이소아·김경미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