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불문 스타 키워 패션 강국으로…‘그레이트 브리튼’

중앙일보

입력 2016.07.08 02:21

수정 2016.07.0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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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가 브랜드 캠페인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 파키스탄에서 패션쇼를 열며 영국 패션을 전파하고 있다. [사진 주한 영국대사관]

‘국적을 가리지 말고 인재를 모아라’.

1990년대 영국 패션업계에 떨어진 지령이다. 영국은 밀라노·파리·뉴욕에 이은 세계 4대 컬렉션 개최국이었지만 세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등 영국 디자이너들이 밀라노·파리 등으로 옮겨 간 여파가 컸다. 영국패션협회는 국적과 상관없이 인재를 발굴해 영국을 거점으로 활동하게 하자는 데 합심했다. 93년 ‘뉴 제너레이션(뉴젠) 스폰서십’을 만들어 매년 신인 디자이너를 시상했다. 20년 넘게 지원한 결과 알렉산더 매퀸, 크리스토퍼 케인, 토머스 테이트(캐나다), 마리 카트란주(그리스 출신), 마르케스 알메이다(포르투갈 출신) 등 뉴젠 출신 스타가 대거 나왔다.

영국이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가 브랜드 캠페인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 중국계 미국인 셰프 켄 홈을 통해 영국 내 아시아 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 주한 영국대사관]

영국은 문화 수출의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내부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 밖으로 흘러넘치게 했다. 뛰어난 개인을 앞세워 국가 이미지와 연결하기도 했다. 2012년 시작한 국가 브랜드 캠페인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국의 대표 아이콘을 선정해 이들을 홍보하면서 영국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알리고 있다. 세종대 손승혜(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현지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며 “스타를 키워내 디자인·패션 강국으로 거듭난 영국처럼 우리 문화를 안에서 잘 키워내면 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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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문화 진흥을 강조하면서도 정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출판산업진흥원에 통합될 뻔한 한국문학번역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고영일 번역출판본부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들기 위해 문화 진흥을 하는 게 아니라 문화 진흥을 하면 산업 도 따라온다는 정부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그리스·포르투갈인 등 발굴
국가 아닌 스타 앞세워 브랜드 홍보

서정민·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