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이런 ‘현장 대기 프로젝트’를 찾아 사업을 가로막아 왔던 각종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7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제10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개발제한구역·농업진흥지역 해제와 환경영향평가·교통영향분석 같은 행정 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 짓기로 했다. 차영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의정부 복합 문화단지 착공은 내년 3월에나 가능하다”며 “덜 개발된 서울 북쪽 의정부 지역에 프리미엄 아웃렛과 K팝 테마파크가 어우러져 서울 북동부 지역의 문화나 쇼핑 수요를 많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 풀어 사업 속도 내기로
대관령엔 궤도열차?전망대 추진
서울 상암동엔 가상현실 클러스터
400억 규모 VR 전문 펀드도 조성
“대책 재탕, 큰 그림 안 보여” 지적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엔 가상현실(VR)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VR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이 임대료 부담 없이 입주해 미리 갖춰진 촬영·제작·개발·중계 장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 국장은 “VR 콘텐트에 필요한 연구·인력 개발에 초점을 맞춰 관련 창업기업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에 맞춰 VR 콘텐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VR 전문 펀드를 조성한다. 올해부터 2년에 걸쳐 400억원(40%는 민간 출자) 규모로 만들어진다.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고 바이오 산업을 키우는 방안도 나왔다. 먼저 은행을 포함한 국내 일반법인이 벤처에 투자할 때 5%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가 신설된다. 올해 10월부터 혁신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약가를 기존 최고가보다 10% 더 올려주기로 했다. 또 혁신적인 의료기기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발·허가·신의료기술평가·보험등재·수출 등을 한번에 해결하는 ‘의료기기 전(全)주기 원스톱 지원기구’도 함께 설치된다.
이 밖에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가공된 ‘할랄’, 유대교 율법에 따라 제조된 ‘코셔’ 식품·화장품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늘어난다. 2020년 5조2000억 달러(약 6000조원) 규모 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새우·조개·알코올·돼지고기 같은 특정 재료를 금하는 코셔·할랄 기준에 맞춰 대체 원료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 투자가 뒤따른다. 대체 원료와 대체 공급처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도 정부 주도로 구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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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대책에 대해 투자 활성화를 위한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신성장 산업 규제와 관련해 정부는 넉 달 전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리고 살려야 할 것만 살리겠다’고 했는데 일부 지역의 신사업에 한정된 미시 대책만 나왔다”며 “큰 그림에서의 ‘네거티브(일부 제외, 나머지 허용)’ 방식이라 할 수 있는 규제 철폐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기존 대책이 반복된 경우도 있다. 미래부는 올해 초에도 VR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유사한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할랄 산업 지원 방안의 경우 기독교계의 반발을 부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할랄과 관련해) 종교적 이유로 과거의 스쿠크법 같은 일(이슬람채권법 도입 무산)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데 오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박수련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