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규직 꿈 돈으로 사고판 한국GM ‘채용 장사’

중앙일보

입력 2016.07.07 18:50

수정 2016.07.0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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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직원들이 협력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자리가 이젠 사고파는 매물이 돼버린 셈이다. 특히 그 비리의 한복판에 노동조합 간부들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그제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한국GM 정규직 직원 A씨 등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 중 한 명은 전 노조 지부장의 형이고 한 명은 노조 대의원이라고 한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금품을 주고 정규직으로 취업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이 회사 생산직 직원 등 4명을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와 올해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채용하는 과정에서 1인당 수천만원씩 받았다. 검찰은 A씨 등이 받은 금품 중 일부를 노조나 회사 윗선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발탁 채용’ 제도다. 한국GM은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 중 일부를 회사와 노조가 협의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간 회사 내부에선 생산직 채용 공고가 날 때마다 “누구 가족이다” “얼마를 줬다”는 등의 비리설이 나돌았다고 한다. 채용 비리가 그만큼 고질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얘기다.

‘정규직 거래’가 악성인 이유는 정규직을 꿈꾸며 성실히 일해 온 비정규직 근로자와 젊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겨준 데 있다. 검찰은 각종 물품을 납품받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회사 전·현직 임원 2명과 노조 전·현직 간부 3명을 구속한 상태다. 투명 경영에 앞장서야 할 임원과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야 할 노조 간부들이 비정규직·납품업체로부터 돈을 뜯어 왔다는 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찰은 이번 채용 비리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나아가 다른 기업들에도 비슷한 일이 없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신성한 노동이 돈의 먹이사슬에 의해 부패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밑동부터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