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 지난 5일(현지시간). 이번에도 두 사람은 워싱턴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공동 유세를 떠났다. 다만 비행기는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 오바마는 조연에 치중했다. 에어포스 원 트랩을 내릴 때도 클린턴 앞에 서지 않도록 걸음을 조절하는 섬세함까지 보였다.
오바마 “바통 넘겨줄 준비 됐다”
8년 전 클린턴의 지원 유세 보답
FBI선 클린턴 불기소 권고했지만
“e메일에 비밀 정보 110건 포함”
클린턴 판단력·능력에 의문 남겨
트럼프 “사법시스템 조작” 꼬집어
이날 유세는 오바마로선 8년 전 자신을 위해 공동 유세에 나선 클린턴에 대한 답례였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위해 함께 지지 연설을 한 경우는 1988년 조지 HW 부시를 지지한 로널드 레이건 이후 28년 만이다.
클린턴은 이날 오바마의 공동 유세 외에도 ‘e메일 스캔들 불기소’라는 선물을 얻었다. 미 연방수사국(FBI) 제임스 코미 국장은 기자 회견을 열고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재임 중 개인 e메일 서버로 송수신한 e메일 가운데 비밀 정보가 있었지만 ‘고의적 법 위반’의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에 ‘불기소 권고’를 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클린턴으로선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처음 불거진 e메일 스캔들의 수렁에서 일단 벗어난 셈이다. 클린턴 캠프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이날 “누누이 얘기했듯 개인 e메일 계정을 사용한 건 실수이며 이 문제가 해결돼 기쁘다”는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클린턴이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코미 국장의 회견 내용은 “날카로운 ‘구두 기소’였다”(CNN)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클린턴이 입버릇처럼 반복해왔던 “(개인 e메일 서버로) 송수신할 당시는 그 어떤 것도 비밀로 분류된 게 없었다”(나중에 비밀로 분류됐다는 뜻)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코미 국장은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부에 제출한 e메일 3만여 건 중 52개 그룹 110건이 당시 비밀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8개 그룹은 1급 비밀정보(top secret)를, 36개 그룹은 2급 비밀 정보를, 그리고 8개 그룹은 3급 비밀 정보를 각각 포함했다”고 밝혔다.
대쪽으로 소문난 코미 국장은 나아가 “국가 기밀을 다룬 그녀의 행태는 극도로 부주의했다. 명백히 입증은 안 되지만 적대 세력(해커)들이 그녀의 개인 e메일 계정에 접근하는 게 가능했다고 본다”며 클린턴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 언론들도 “코미 국장은 대통령 자질의 두 기둥인 (클린턴의) 판단력과 능력에 대해 기소한 것이나 마찬가지”(NYT), “e메일 이슈는 선거일까지 클린턴을 따라다닐 것”(워싱턴포스트)이라고 평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란 말과 같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클린턴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FBI는 부정직한(crooked) 힐러리가 국가 안보를 손상했다고 말하면서도 기소는 않는다고 한다. 사법시스템이 조작됐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