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82명 vs 신라호텔 4686명

중앙일보

입력 2016.07.06 01:58

수정 2016.07.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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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 측면에서 최근 10년간 정체돼 있다.”

정부가 진단한 한국 서비스산업의 현주소다. 한국은 제조업을 무기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 지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서비스산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으로 4만7000달러다. OECD 26개국 중 21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런 사이 조선·해운업과 같은 주력 제조업종은 한계에 다다랐다. 한국은행의 발권력과 정부의 재정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 여파로 고용 상황도 나빠졌다.

자료:기획재정부·OECD

정부가 5일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내놓은 건 서비스산업의 질적 향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서비스경제 활성화를 통해 둔화하고 있는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망 서비스업 키우기 왜
매출 1조원일 때 서비스산업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10배
의료·관광 분야는 고용 효과 더 커

정부가 특히 의료와 같은 유망 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선 건 지금까지 한국의 서비스업이 음식·숙박 등 ‘저부가가치산업’ 위주로 쏠렸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서비스업 중 유통·운수·음식·숙박업의 고용 비중은 28.1%로 주요 7개국(G7·24.3%), OECD(24.7%) 국가보다 높다. 반면 전문·과학·관리·지원(8.8%)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고용 비중은 주요국보다 4∼5%포인트 더 낮았다. 서비스업의 질적 성장이 더딘 이유다. 1992년 50.2%였던 서비스산업 고용 비중은 2015년 70.1%까지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53.9%에서 59.7%로 제자리걸음했다. 주요국과 비교해 훨씬 낮다.

자료:기획재정부·OECD

특히 의료·관광과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의 제조업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매출 1조원당 고용은 482명이지만 서비스업을 하는 신라호텔은 4686명이나 된다. 게다가 의료·금융산업 등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분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0월 만 19~3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일하고 싶은 분야로 서비스업을 꼽았다. 제조업은 7.6%였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청년 고용 문제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앞으로 대부분의 제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소프트웨어와 같이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안정적인 성장과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