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40억 횡령 혐의 추가…검찰, 롯데 일가 첫 영장

중앙일보

입력 2016.07.05 01:49

수정 2016.07.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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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35억원 뒷돈 수수, 딸들을 통한 회삿돈 40여억원 횡령.’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가 4일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 적시 범죄 혐의는 두 가지였다. 이로써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 중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사례가 됐다.

“탈세 혐의도 적용할지 추가 검토”
일본 당국에 자료 확보 공조 요청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면세점 입점 편의를 봐주고 좋은 자리를 제공하는 대가로 정운호(51·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포함해 업체 3~4곳 관계자들로부터 35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자신의 아들 장모(48)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수입업체 BNF통상을 통해 정 전 대표와 화장품업체 A사로부터 14억여원, 초밥 프랜차이즈업체 G사로부터 14억원 등을 받고 군납 브로커 한모(59·구속 기소)씨를 통해 정 전 대표의 돈 6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금품은 계좌로 송금받거나 현금을 직접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 이사장은 2010년 무렵 세 딸과 허위의 직원을 BNF통상의 임직원으로 등재해 회삿돈 4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은 BNF통상이 신 이사장의 차명 회사라고 보고 있다. 신 이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부분에 대해 탈세 혐의도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며 “이번 입점 로비 건과 관련해 정 대표와 신 이사장은 서로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두 사람을 대질신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소환조사에서 신 이사장은 “입점 로비를 받지 않았고 정 전 대표를 만난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과 일본롯데물산의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이날 법무부를 통해 일본 사법 당국에 공조를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롯데케미칼에 일본롯데물산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롯데 측이 거부했다.

◆낮은 자세로 말 아끼는 신동빈 회장=전날 귀국한 신동빈(61) 회장은 4일 정상 출근해 업무를 수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소공동 그룹 본사로 정상 출근해 업무를 봤다. [사진 머니투데이]

그가 오전 8시40분쯤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로비 1층으로 들어서자 “가장 중점을 두는 현안은”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나러) 병원으로 갈 것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신 회장은 묵묵부답했다. 굳은 표정으로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26층 집무실로 향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후 일관됐던 신 회장의 ‘정면 돌파’ 화법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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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주 전인 지난 14일(현지시간) 롯데케미칼의 미국 공장 기공식 때도 그는 현지 한국 특파원에게 “심려를 끼쳐 진짜 죄송하다. 책임을 느끼고 있다. 호텔롯데는 꼭 상장하겠다. 연말까지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자로서 사과→해결책 제시→기한 명시’의 정면 돌파 3단계 화법을 구사했다.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 성명 발표 때도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순환출자 구조 고리 80%를 연말까지 해소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회장의 달라진 모습은 지난 3일 김포국제공항 ‘입국장 사과’에서도 감지됐다.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져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짤막한 답변만 하고 공항을 빠져나와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희령·이현택·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