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가 흔들리면 대량실점을 할 수도 있다.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은 건 잘했다. 앞으로 몇 경기 더 망쳐도 된다.”
부임 이후 “볼넷 주지마라” 강조
넥센, 올 경기당 2.95개 가장 적어
투구수 줄고 야수는 집중력 좋아져
박병호·유한준 떠났지만 3위 돌풍
신재영의 시즌 최다 이닝 연속 무볼넷 기록은 넥센 마무리투수 김세현(29)이 지난달 경신(31과3분의1이닝)했다. 김세현은 9이닝당 볼넷이 0.52개(34와3분의1이닝 동안 2볼넷) 밖에 되지 않는다.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던 그가 올 시즌 구원 선두(21세이브)를 달리는 걸 보고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세현은 원래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졌다. 다만 제구가 나쁜 게 약점이었는데 올해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감독들도 “볼넷을 주느니 안타를 맞아라”고 말한다. 염 감독도 처음에는 말로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중견 투수들이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않자 과감하게 새로운 투수들을 중용했다. 염 감독은 “신재영과 김세현은 변화할 의지가 있었다. 두 선수의 성공을 보고 다른 투수들도 바뀌고 있다”며 “김세현은 무볼넷 기록을 의식해 무리한 승부를 하다 난타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넥센은 박병호(미네소타)·유한준(kt) 등 중심타자는 물론 밴헤켄(세이부)·손승락(롯데) 등 주축 투수마저 잃었다. 올해 전력은 최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고도 넥센은 3위(승률 0.553)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였던 넥센의 팀 홈런은 올해 공동 9위(경기당 0.86개)에 그치고 있다. 파워가 떨어졌지만 넥센은 약해지지 않았다. 1년도 되지 않아 빠르고 효율적인 야구로 팀컬러가 확 바뀐 것이다. 야구통계의 적극적 활용, 합리적인 선수 육성과 기용, 스태프의 노력 등 여러 요소가 작용했다. 스마트하게 달라진 넥센을 상징하는 지표가 볼넷 허용이다. 김성근(74) 한화 감독은 “염 감독의 새로운 야구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