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의 태극과 팔괘 문양을 차용해 디자인한 도복 바지를 입고 매트에 오른 이대훈은 반대편에 선 상대 선수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정팔각형 모양의 경기장에 숨을 곳은 없다. 오직 공격만이 살 길이다. 이대훈이 전광석화 같은 돌개차기(몸통을 회전하며 발로 차는 기술)로 상대 헤드기어의 센서를 정확히 타격하자 전광판에 4점을 뜻하는 숫자 ‘4’가 새겨진다.
리우 올림픽 첫 목표는 박진감 회복
공격적 운영 위해 8각 경기장 도입
국기 활용한 컬러 도복도 허용
조정원(69)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태권도인들을 만나기 위해 1년 중 절반 가까이 해외에서 보낸다. 리우 올림픽에선 태권도의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8각형 경기장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한 건 “올림픽 퇴출 종목으로 내몰린 태권도를 살릴 길은 판정 시비를 없애는 것 뿐”이라는 태권도인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조 총재는 “마샬 아트(marshall arts·태권도를 포함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도를 통칭하는 표현)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다른 길이 없다고 여겨 (전자호구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WTF는 태권도 고유의 박진감 회복을 목표로 내걸었다. 강한 발차기와 주먹 공격만 점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자호구의 감도를 조정했고, 헤드기어에도 센서를 부착했다. 아울러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4각형이던 경기장 형태를 8각형으로 바꿨다.
선수 입장시 테마곡을 연주해 관중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하의에 한해 자국 국기 디자인을 반영한 컬러 도복을 입는 것도 허용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는 입장권 가격 기준으로 리우올림픽 전체 종목 중 10위 안에 드는 인기 스포츠”라면서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UFC만큼 재미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앞으로 사회 공헌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지난 4월 WTF 주도로 설립한 태권도 박애재단이 중심에 선다. 조 총재는 “난민 돕기 등 다양한 선행 프로그램을 통해 태권도의 국제사회 기여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북한이 주도하는 ITF(국제태권도연맹)와의 교류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