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연제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이었던 A(31) 전 경장은 1년간 알고 지내던 여고생(17)과 성관계를 가졌다.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이 여고생은 청소년아동보호기관에 이 사실을 털어놨다. 보호기관은 지난달 9일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담당자인 B경위(31)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이 1년가량 이성교제를 지속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B경위는 연제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 연락하라고 안내했고 이에 따라 같은 날 보호기관은 연제경찰서에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A 전 경장은 하루 뒤인 지난달 10일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다”며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고, 같은 달 17일 사표가 정상적으로 수리되면서 퇴직금을 받고 떠났다.
여고생 상담한 청소년보호기관
부산경찰청에 가장 먼저 알려
부산청은 “SNS 글 보고 알았다”
본청 감찰과도 이달 초 인지해
부산청 감찰계는 이달 초 경찰청 본청 감찰과로부터 A 전 경장 연루 사안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을 받고도 내부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모 감찰계장(경정)은 “경찰청 본청 감찰과에서 지난 1일 경찰관(A 전 경장) 퇴직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을 요청해 당일 오후에 맞다고 연락해줬지만 (부산경찰청) 윗선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며 “SNS에서 사건이 불거진 시점(24일) 이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동안 거짓말을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연제경찰서가 당초 부산경찰청에 “A 전 경장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에야 보호기관의 통보를 받았다”고 허위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제서는 지난달 23일 보호기관이 발송한 공문 내용을 통해 A 전 경장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부산경찰청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A 전 경장의 성관계 사실이 드러난 시점을 전후해 부산경찰청이 학교전담경찰관들의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약 한 달 뒤에 발생한 사하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 C(33) 전 경장과 또 다른 여고생(17)의 성관계 사건을 차단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C 전 경장도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9일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겠다”며 사표를 냈고 지난 15일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돼 퇴직금을 챙겨 떠났다. 사하경찰서도 담당 부서 계장이 이 사건을 알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전직 경찰서장 출신 D씨가 두 경찰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SNS에 올렸을 때도 사하경찰서는 “C경장의 사표를 수리한 이후에 사실관계를 알았다”고 부산경찰청에 허위보고했다.
경찰의 도덕성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사건 은폐 사실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철저한 감찰과 내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잘못된 일이 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차후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감찰팀이 부산에 급파돼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강승우 기자, 박민제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