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업혁은 매주 시행됐으나 지금은 격주로 개최한다. 회의는 매회 스즈키 회장의 독주회와도 같았다. 회의에서 그가 가장 즐겨 하는 이야기는 창업자 이토 마사토시 명예회장과 함께 사내외가 모두 반대하는 가운데에서도 신사업을 성공시킨 에피소드다. 미국의 노하우를 도입해 세븐일레븐재팬(이하 세븐)을 설립하고 세븐은행을 창업한 일, 세븐의 본가인 미국 사우스랜드에 진출한 것 등이 있다. 이날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마지막 발언은 달랐다. “나는 은퇴한다. 이 다음은 여러분의 시대이니 새로운 것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남성·여성 코너 분리하고 스타킹 탈의실 만들어 ... 로손엔 양으로, 패밀리마트엔 질로 앞서
스즈키 회장은 퇴임 회견에서 “최근 수년 간 연속 최고의 이익을 내왔다”라고 실적을 자랑했다. 실제로 스즈키 회장은 ‘교주’라고 불릴 정도의 막강한 지도력으로 편의점 사업 개혁을 인솔해왔다. 카리스마가 사라진 세븐이 서서리 ‘평범한 회사’가 되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사실 이 매장은 차세대 편의점을 방향을 선보인 실험실이다. 세븐일레븐은 스즈키 회장의 지시로 4년 전 ‘스토어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리더인 야마구치 케이스케 집행임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10년, 20년 후의 회사를 내다보고 그 때 세븐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담당 매니저로서 야마구치가 담당했던 직영점인 노보리토점을 실험점으로 결정하고 매장 부근을 팀의 거점으로 삼았다. “발상은 곧바로 매장에 반영해 검증한다. 어쨌든 속도가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낸다면 협력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야마구치). 곧 성과가 나타났다. 프로젝트 발족 초기 40만엔이었던 노보리토점의 하루 매출은 지금 100만엔으로 상승했다. 실적을 인정받아 4명이던 팀원도 12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가나가와 외에도 도쿄·나가노·교토를 포함해 총 4개 직영점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마트와 백화점에 편의점 공간 혁신 사례 이식
그 외에도 본부 여성 직원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편의점 화장실은 그냥 화장실일 뿐’이라는 소리를 듣고 얻은 아이디어를 ‘매장’에서 구현했다. 2013년 3월 매장 내부 공사를 할 때 스타킹을 갈아 신을 수 있도록 화장실 내에 발판을 설치한 것이다. 스타킹 진열대에는 프로젝트팀 여성 직원이 ‘화장실에서 갈아입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쓴 문구가 붙어있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하루 600엔 정도였던 스타킹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판매액은 계속 늘어나 지금까지 개장 전의 3배가 넘어 하루 2000엔 규모다. “이러한 시도가 매출로 이어진다. 스타킹을 신어본 적이 없고 스타킹 올이 나가는 걸 경험한 적 없는 남성들끼리 아무리 논의를 거듭한 들 ‘탈의실’이라는 발상은 나오지 않는다. 물건을 사러 오는 여성의 목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뺄 뿐이었다.”(야마구치).
이렇게 가설에 근거해 매장을 만들고 검증을 반복한다. 당연히 실패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보리토점 매장은 항상 변화를 시도한다. 세븐은 체인점이 매장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노보리토점의 노력으로 20%의 직영점이 각각 아이디어를 고안해 나간다면 매출을 확대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러한 시도는 직영점뿐 아니라 각지의 가맹점주로부터도 주목을 끌고 있다. 나가노나 야마나시, 가나가와 등 일부 점포에 직영점의 노하우가 도입되고 있으며 그중에는 매출이 2배 이상 신장한 곳도 있다. 프로젝트팀은 점포 운영이나 상품 전략과 관련해 가맹점과 직접 연락하는 취하는 오퍼레이션 부대와도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실험점의 확연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로손·패밀리마트의 맹추격 따돌려
노보리토점의 영향은 편의점 사업뿐 아니라 계열사 마트나 백화점에도 파급되고 있다. 2013년 6월 문을 연 이토요카도의 아리오 아게오점의 마츠시마 타카요시 점장은 “노보리토점의 사례로 상권을 철저하게 조사해 가설과 검증을 반복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말한다. 매장이 있는 사이타마현은 우동 생산량이 가가와현에 이어 전국 2위다. 고객과 아르바이트생의 의견으로 그 지방의 우동 외에 전국 각지의 상품을 구비해 판매한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10%나 증가했다.
백화점 세이부오쓰점(시가현)에는 2년 전 스토어 이노베이션 프로젝트팀이 직접 방문해 설명을 했다. 그때까지는 고령자를 의식해 매장을 운영했으나, 지역 상권의 특징을 조사한 결과 젊은 가족 동반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어머니가 안심하고 자녀와 매장을 방문할 수 있게 내부를 개선하자 매출이 25%나 신장했다고 한다. “우리가 정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것을 자각하고 변화를 위한 힌트를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즈키 회장의 퇴임을 계기로 또 다른 형태로 조직을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시작되는 바텀업 전략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야마구치).
전체 편의점 업계를 들여다보면 세븐은 로손·패밀리마트와의 경합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지난해 로손 일본 점포는 119점이 늘어 당초 계획이었던 450점을 크게 밑돌았다. 다마쓰카 겐이치 사장은 올 2월 전체 사원회의에서 “아직 1위 자리를 노릴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했으나, 세븐의 경우 1081점이나 증가해 규모에서 크게 뒤쳐진다. 반면 올해 9월 유니그룹홀딩스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패밀리마트는 단숨에 세븐과의 격차를 좁혔다. 유니그룹의 산하에는 서클K산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단순 합계에 따른 점포 수는 약 1만8000점으로 1위인 세븐과 어깨를 견줄 만한 수치다. “어떤 업계든지 2위 이상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것이 패밀리마트의 우에다 준지 회장의 지론이다.
세븐에 대항하고자 규모 확대를 꾀한 패밀리마트지만 일일 판매액을 비교하면 세븐이 65만6000엔인데 패밀리마트는 51만6000엔으로 10만엔 이상 차이가 난다. 로손(54만엔)보다도 적다. 양적(점포 수)인 면에서 1위 자리로 올라선다 해도 질적(일일 판매액)으로는 세븐이 한참 앞서 있다.
추격 중인 로손과 패밀리마트 모두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편의점의 왕자 세븐으로서는 스스로 달성한 실적을 뛰어넘으며 성장을 일궈나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때문에 질 높은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업계의 선구자로서 다양한 간판 상품을 내놓았다. 현재 대표 상품은 2013년 1월 판매를 시작한 이래 줄곧 매출이 늘고 있는 셀프 드립커피 ‘세븐카페’다. 발매 후 1년 동안만 무려 4억5000만 잔이 팔렸다. 커피와 함께 구입하는 고객들을 노려 투입한 것이 ‘세븐카페도너츠’다. 2015년 여름부터 전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복수 가맹점주로부터 ‘기대만큼 잘 팔리지 않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들린다. 세븐의 후루야 가즈키 회장은 이에 대해 “다시 재고해 보겠다”라고 현행 상품에 대한 수정을 시사했다.
개별 상품의 매출이 떨어져도 ‘꾸준히 재고를 거듭하는 것이 세븐의 강점’(한 경쟁사 임원)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설과 검증을 반복하는’ 스즈키 회장의 철학이 세븐일레븐의 상품에 짙게 녹아 내렸으며 그 철저함이 라이벌 회사와의 차이로 이어진다. 기존 상품을 강화시키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키는 상품 개발을 통해 어디까지 판매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본부와 가맹점과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는 점포경영 상담원(OFC)의 역할이다. OFC는 가맹점에 경영 컨설팅을 지원하는 본부 사원으로 한 사람이 평균 7~8곳의 가맹점을 담당한다. 본부의 상품전략이나 점포운영 노하우를 가맹점에 도입시키는 것이 OFC의 일이다. 이 상담원들의 실력이 세븐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2500명의 OFC는 도쿄 요쓰야 본사에서 열리는 회의에 격주로 참석한다. 스즈키 회장이 매번 단상에 서서 격문을 띄웠다. 눈에 띄는 활약을 한 OFC가 발표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흡수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참가자가 증가하면서 화상회의 등을 할 수도 있지만 스즈키 회장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후루야 사장은 “이 회의는 일하는 방식을 OFC 사원 간에 공유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의 이익배분비율 제고 요청 대응은…
또 다른 과제는 신규 가맹점 확보다. 세븐은 올해 1200개의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점포 수는 약 1만 9800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로손이 700점, 패밀리마트가 740점 개설을 계획 중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력 부족이 거론되는 가운데 가맹점주 확보는 편의점 각 사의 공통 경영과제가 됐다. 세븐의 한 가맹점주는 “지금은 높은 매출 덕에 유지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며 “언젠가 한계점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본부로부터 구체적인 지원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원’이란 본부와 가맹점과의 이익배분비율 제고, 폐기 및 손실에 대한 본사 부담률 인상과 같은 계약 내용의 변경을 의미한다. 후루야 사장은 ‘하루 매출을 높여가겠다’는 방침을 강조해 가맹점과의 계약변경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익 배분비율은 손대지 않고 매출을 늘려 가맹점의 이익을 확대시키려는 구상이다. 물론 힘든 과제다. 전국 2만점 달성이 사정권에 들어온 지금, 편의점의 제왕은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