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말부터 이 지면에 글을 썼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댄 점, 먼저 사과 드린다. 2016년 6월이면 얼추 1000일쯤 지난 셈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인·독자·남성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도 용서를 구한다. 원고 보내는 날 아침 책상에 앉으면 “제가 쓰는 글이 저와 독자, 공동체에 유익하기를” 기도했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과대망상적 소망을 품었던 점도 참회한다.
물론 그 뒤에는 이기적인 소망도 있었다. 이 땅에서 현직 여성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덜 위험하고 덜 불합리한 세상을 만나고 싶었다. 딸들에게는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넘겨주고 싶었다. 그런 까닭에 남자들이 바깥으로 내던지기만 하는 그 마음이 자신의 인생을 만들고, 자녀의 성격과 미래를 만들고, 가정의 향방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싶었다. 그 마음으로 라면을 끓이든 세상을 부수든 그들 마음이겠지만, 이왕이면 그 마음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 자녀 세대의 행복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으면 싶었다. 1000일 동안 남자들의 변화를 기대하며 통제의 언어를 투사했던 점을 참회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