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는 아이티 지진 후 거의 5억달러의 성금을 거뒀는데 이중 1억2500만달러를 내부 경비로 쓴 것이다.
그래슬리 의원 보고서 발표
1억2500만달러 내부 경비로
실제 지원금 얼마인지 몰라
그래슬리 의원은 1년 넘게 적십자의 아이티 프로그램을 조사해왔다. 당초 적십자는 의회 조사관에게 '프로그램 경비'로 7000만달러를 지출했으며 이 비용에는 아이티 프로그램을 감독하고 평가하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래슬리 의원측 조사에 따르면, 적십자는 자신들이 주장한 프로그램 관리 감독 비용을 뒷받침 할 어떤 재정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는 또 내부 감사와 윤리 부서의 직원들을 대폭 줄이고 자금도 지원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내부 감시 기능을 약화시켰다.
적십자에는 약 2만명의 직원이 있는데 성금 낭비와 유용, 사기 등을 감시하는 윤리 부서 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건 이전 65명에 달했던 직원이 3명으로 준 것이다. 조사를 할 여력도 안되고 그나마 수석 조사관은 워싱턴 본사가 아니라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적십자의 게일 맥거번 총재는 그래슬리 의원의 보고서에 대응하는 성명에서 "의회가 요구하는 모든 서류를 충실히 다 제출했으며 문제를 삼은 비용은 복잡한 아이티 프로그램의 성격과 규모 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규모"라면서 "적십자는 자선단체 감시 기관들로부터 책임성과 투명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맥거번 총재를 비롯해 적십자 경영진들은 그동안 성금의 9%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돈이 인도적 프로그램에 씌여진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대로 25%의 성금을 프로그램 관리 감독 비용에 사용했다고 해도 이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적십자는 비용으로 쓰고 남은 성금을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활동하는 구호기관들에 나눠줬는데 이 기관들도 성금의 최대 11%까지 자체 비용으로 쓰고 있어 국민들이 낸 성금의 얼마만큼이 진짜 아이티 피해 구호에 사용됐는지 정확한 집계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티 구호 성금 유용은 미 적십자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래슬리 의원은 "적십자는 2010년 자매기관인 적십자 국제연맹에 재난대비 명목으로 430만달러 체크를 써주고 여기에 더해 그랜트 관리비 명목으로 200만달러를 더 지출했다"면서 "아이티 성금 지출 상황으로 볼 때 다른 재난 때 거둔 성금들도 어떻게 쓰여졌는지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