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엔 아이를 키우느라 공기업 직장을 그만두거나 시간을 쪼개 시간강사로 뛰는 엄마 등 다양한 경력자 270여 명이 있다. 회원 10명이 지난 1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중앙일보 논설위원실과 저출산을 주제로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육아휴직 강조만 하지 말고 정시 퇴근부터 시켜 줘라” “죽어라 공부하고 일해서 커리어(경력)를 쌓아도 출산·육아 앞에 무너지는 게 한국 알파걸의 현주소”라는 거침 없는 말이 나왔다. 다음은 ‘별명 채팅’으로 재구성한 이들의 저출산 수다.
| ‘맘인스누’ 회원들, 본지와 팟캐스트
죽어라 공부하고 일하면 뭐해요
출산·육아 앞에 무너지기 일쑤
(중앙일보님이 맘인스누 회원님을 초대했습니다.)
▶ 중앙일보=“안녕하세요. 출산·육아 경험담부터 들어볼까요.”
▶ 효창동 현모양처=“임신 당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임신부 지정석에 대해 느낀 게 많아요. 한번은 만삭으로 힘들게 서 있는데 건장한 남자분이 음악을 듣는 척 무시하고 앉아 있길래 일부러 임신부라고 이야기했어요.”
▶ 강남 열공맘=“남편들의 의식도 바뀌어야죠. 남편에게 ‘육아를 도와준다’는 표현은 금기어예요. 육아가 ‘나의 일’이 아니고 ‘너의 일’이니까 도와준다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우리의 일’로 봐야 합니다.”
▶ 평촌 이지맘=“어린이집에서 아이 찾는 것도 전쟁이에요. 제가 갈 때도 있지만 바쁜 경우가 많아 친정어머니·시어머니·동생 등 온 가족이 총동원되거든요.”
▶ 현모양처=“맞아요. 근무시간과 보육시설 운영 시간이 일치하지 않으니까 아이 돌보미나 양육을 도와줄 사람은 필수예요.”
| 강의하다 ‘화장실서 유축’ 모멸감
일하면 모유 수유 말라는 건지
▶ 중앙=“가족친화적 환경과 경력단절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 이지맘=“강의 중간에 화장실에서 유축을 하는데 모멸감을 느꼈어요. 일을 하면 모유 수유를 하지 말라는 환경인 거죠.”
▶ 봉천동 버럭맘=“육아휴직 사용도 문제예요. ‘내가 휴직을 처음 쓰는 거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큰 조직에선 첫 테이프를 끊기 어렵죠.”
▶ 여의도 휴직맘=“다들 육아휴직자가 직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그만둔다’는 팩트(사실)만 보는 거 같아요. 그러면 악순환이 지속되는 거죠.”
▶ 이지맘=“요즘 30~40대 경력단절 여성들은 대부분 대졸 이상 고학력자예요. 그런데 과외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게 현실이죠.”
▶ 현모양처=“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요리반·건강관리사반만 있어요. 이런 교육은 별로 원하지 않아요.”
| 하나만 낳아도 다들 버둥거리는데
셋째부터 혜택 주는 건 비현실적
▶ 중앙=“해결책은 있을까요.”
▶ 이지맘=“정답을 육아휴직으로만 몰아가는 건 옳지 않아요.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일·가정 양립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여성에게만 독박을 씌우죠. 아빠가 야근 때문에 육아를 못하면 회사 전체에 페널티(벌칙)를 주는 등 강력한 대안이 필요해요.”
▶ 금수저 링거맘=“셋째를 낳아야만 혜택을 주는 제도가 너무 많아요. 다들 결혼도 안 하려는 데다 첫째만 낳아도 버둥거리는데 무슨 셋째인가요. 바꿔야 합니다.”
(중앙일보님이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님,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님을 초대했습니다.)
▶ 중앙=“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전문가 대안이 궁금합니다.”
▶ 조주은=“직장어린이집을 대폭 늘려 아빠들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오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퇴근 후 문화도 바뀔 거라고 봅니다.”
▶ 정재훈=“육아휴직을 넘어 근로시간 단축, 탄력근무제가 제대로 돼야 여성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어요. 북유럽처럼 육아휴직 중인 남성에게 주는 수당도 대폭 올려야 해요. 저출산 문제를 풀려면 커다란 사고의 전환부터 해야 합니다.”
| 한국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팟캐스트 ‘저출산 톡톡’
“맞벌이를 해도 가사와 육아 책임은 여성의 몫.” “죽어라 공부하고 일해서 커리어를 쌓아도 출산과 육아 앞에 무너지는게 한국 알파걸의 현주소.” “육아휴직 강조하지 말고 제 시간에 퇴근이나 시켜줘라.”
서울대의 엄마 대학원생 모임인 '맘인스누(mom in SNU) ' 회원들이 본지 논설위원실 주최로 저출산을 주제로 10차례 팟캐스트 토론을 했다. 공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학업을 시작한 엄마, 학부생 때 결혼·출산한 뒤 뒤늦게 대학원 진학한 엄마, 박사과정 중에 시간강사로 일하는 엄마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대학원생 맘들이 자신의 출산·육아 경험담과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시대의 고민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에서 시대의 고민을 읽는다.1회 임신, 출산이라는 인생의 사건 ▶전체 스크립트 보기
"출산은 굉장히 남녀차별적이다." "남자는 전혀 겪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고통이고 경험이다.""남자들은 보통 출산을 1회, 한 사건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출산은 9개월, 도는 그 전후까지 인생에서 계속되는 큰 사건이다. " 임신과 출산을 겪어본 여성들의 아우성이다.
출산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경험이다. 한 가족에도 대사건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아직도 여성만 고생하고 고민하는 사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남자들은 임신 과정을 여성에게 도맡기는 것은 물론 제대로 이해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부부가 함께 고민하며 출산의 어려움을 나눠서 드는 방법은 없을까.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맞벌이를 해도 가사와 육아 책임은 여성의 몫.” “죽어라 공부하고 일해서 커리어를 쌓아도 출산과 육아 앞에 무너지는게 한국 알파걸의 현주소.” “육아휴직 강조하지 말고 제 시간에 퇴근이나 시켜줘라.”
서울대의 엄마 대학원생 모임인 '맘인스누(mom in SNU) ' 회원들이 본지 논설위원실 주최로 저출산을 주제로 10차례 팟캐스트 토론을 했다. 공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학업을 시작한 엄마, 학부생 때 결혼·출산한 뒤 뒤늦게 대학원 진학한 엄마, 박사과정 중에 시간강사로 일하는 엄마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대학원생 맘들이 자신의 출산·육아 경험담과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시대의 고민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에서 시대의 고민을 읽는다.1회 임신, 출산이라는 인생의 사건 ▶전체 스크립트 보기
"출산은 굉장히 남녀차별적이다." "남자는 전혀 겪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고통이고 경험이다.""남자들은 보통 출산을 1회, 한 사건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출산은 9개월, 도는 그 전후까지 인생에서 계속되는 큰 사건이다. " 임신과 출산을 겪어본 여성들의 아우성이다.
출산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경험이다. 한 가족에도 대사건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아직도 여성만 고생하고 고민하는 사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남자들은 임신 과정을 여성에게 도맡기는 것은 물론 제대로 이해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부부가 함께 고민하며 출산의 어려움을 나눠서 드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