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분야 연구에 매달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르기까지 26년간 한 분야에서 일했던 새누리당 김승희(비례대표) 의원은 안전행정위에 배정됐다. 김 의원은 “보건의료와 과학기술 쪽 전문가여서 의원이 되면 보건의료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싶었다”며 “보건복지위를 지망했지만 초선 비례여서인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전문성보다 선수·지역 기준 나눠
김승희 “초선 비례라 복지위 못간듯”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경제 전문가로 비례대표에 영입됐지만 외교통일위를 배정받았다. 국토교통부 공무원 출신인 새누리당 초선 송석준·권석창 의원은 각각 복지위와 농해수위에 배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비례대표) 의원도 희망과 관계없이 국방위에 속하게 됐다. 이 의원은 “국회가 원래 그런 곳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경기도 남양주을이 지역구인 더민주 김한정 의원은 지역주민 60만여 명 중 농민이 6000명 수준이지만 농해수위로 배정됐다.
서울시의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를 맡으며 정명훈 전 서울시향 감독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지망했지만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이 교문위에 몰리면서 안행위로 밀렸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당초 복지위에 배치됐다가 광주 지역구에 군 공항 이전 문제가 걸려 있다는 이유로 국방위에 속한 천정배 공동대표와 상임위를 바꿨다.
선수(選數)는 물론이고 지역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국토위로 배치된 데 대해 “대구 지역 의원들이 이해관계 때문에 같은 위원회에 몰려 있을 수 없어 역할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상임위원장직은 중진 의원들의 ‘자리 차지하기’ 경쟁 여파로 해당 상임위에서 활동한 적이 없어도 위원장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더민주 문명학 교육연수국장이 17~19대 국회 상임위원장을 조사한 결과 해당 상임위 활동 경험이 있는 비율은 새누리당이 35.7%, 더민주가 31.4%에 불과했다. 상임위 배정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추혜선 의원의 국회 농성장을 찾아 “ 재배정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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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손병권(정치학) 교수는 “미국 하원은 상임위에서 오래 일한 의원에게 위원장 기회를 준다”고 소개했다. 동국대 박명호(정치학) 교수는 “여소야대였던 13대 국회부터 정당끼리 협의해 상임위를 정하고 있지만 타협과 야합의 경계선에 놓이고 말았다. 상임위원장을 해당 상임위에서 표결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강태화·박유미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