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내 본적은 독도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6.06.15 12:01

수정 2016.06.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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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 독도 1호 주민/ "내 본적은 대한민국 땅, 독도입니다"



#1
여기, 외딴 섬에 한 남자가 살았습니다
“나는 한국의 ‘로빈슨 크루스’였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으니까요.
건너편 바위 꼭대기에 있는 수비대원, 펄럭이는 태극기,
온 섬을 뒤덮은 하얀 갈매기떼, 이들만이 내 친구고 가족이었습니다”
- 1983년 7월 30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中

#2
이 남자가 섬에 첫발을 디딘 건 1965년
시작은 ‘우연’이었죠
오징어 배를 끌고 새 어장을 찾아 나섰던 그의 눈에 작은 섬이 들어왔습니다

#3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가장 풍부한 어장이 있는 이 곳엔
소라, 전복, 해삼, 미역이 지천에 깔려있었고
문어, 방어 가자미, 오징어 등 고급 어종이 줄줄이 그물에 걸렸습니다

#4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섬에 발 붙일 생각을 하진 못했습니다
연간 쾌청일수 불과 47일
1년에 50번 이상 태풍과 폭풍에 휩쓸리고
물 한 모금 구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

#5
게다가 이 섬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일본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는 바람에
경찰수비대원들이 섬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진설명: 1976년 8월 26일, 독도 해경 경비대

#6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이 섬에 발을 디딘 그는
서도의 중간 분지에서 샘물을 발견해
정착할 수 있는 작은 토담집을 지었습니다
사진설명: 1976년 8월 26일, 독도에 만든 우물

#7
섬 주변엔 전복양식장을 만들며
차곡차곡 자신만의 어업기지를 건설했죠
여기서 채취한 해산물을 판매한 수익은 고스란히 다시 섬에 투자해 마을화에 힘썼습니다

#8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본은 1977년 느닷없이 ‘우리 땅’이라며 딴지를 겁니다
외로운 섬 주변에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우리 국민이 우리 영토에 사는 걸 일본이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 외무부당국자
사진설명: 1977년 2월 19일, 독도경비대

#9
그는 일본 때문에라도 이 섬을 무인도로 내버려 둘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섬에 단 한 명이라도 대한민국 백성이 살고 있다는 증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0
국제법상 영유권을 주장할 때 무인도는 불리합니다
민간인이 거주하고, 어로 활동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훌륭한 자료가 되죠

#11
이 남자는 군 당국에 정식으로 주민등록 주소지를 이 섬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섬은 특수작전지역이다”
정부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사진설명: 2005년 3월 16일

#12
“한낱 지형상의 우리 영토가 아니라 터를 잡고 생활하는 터전임을 보여줘야 한다”
2년 간의 긴 설득 끝에 1981년 그의 주민등록증에 남겨진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당시 주소는 울릉읍 도동산 62)
사진설명: [국회사진단]

#13
“내 본적은 독도입니다”
이 남자는 ‘독도 1호 주민’ 故 최종덕 씨(1925-1987)
척박한 환경에 시달렸지만
그는 독도를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설명: 1976년 8월 26일

#14
그리고 최종덕 씨가 독도에서 갈고 닦은 삶의 흔적들은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보여줬습니다
사진설명: 독도 나무 심기

#15
그의 특별한 독도사랑은 대를 이었습니다
고인이 된 아버지 최종덕 씨의 뜻을 이어받은 딸 경숙 씨가 독도에서 살다가
1990년에 ‘최초 독도둥이’ 딸 한별양을 얻어 화제가 됐죠
사진설명: 어업 중인 독도 주민들

#16
이제 독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최종덕 씨를 시작으로 본적지를 독도로 옮긴 사람들은 3000여명
독도 명예 주민*은 2만명 돌파 (2015년 기준)
(*군이 2010년 11월부터 영유권 강화 위해 방문객 대상으로 발급)
사진설명: 1996년 4월 4일, 15대 총선 부재자 투표

#17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일반 시설물을 세울 없는 독도에
2016년 6월 13일 기념석이 세워졌습니다
최종덕 씨가 독도에 기여한 업적을 뒤늦게나마 인정한 것인데요

#18
일본은 줄기차게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다케시마*’로 주소지를 경쟁적으로 옮기고 있고
역사왜곡도 서슴지 않습니다
(*독도의 일본식 명칭)
사진설명: 2005년 3월 16일,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기립표결 중인 일본 시마네현 의회 의원들

#19
하지만 우리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독도는 대한민국 국민인 최종덕 씨가 살아온 터전이며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갈 땅입니다

취재·구성 이근아
디자인 박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