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휴일인 현충일 이화마을에는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보여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가를 찾는 손님들은 크게 줄어들었다.특히 지워진 계단 벽화 위 상가지역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관광객이 50% 이상 줄면서 매출이 1/3 이하로 떨어졌다고 아우성이었다.
갤러리와 카페를 겸하고 있는 ‘이화중심’ 김영기 대표는 카페업무를 담당하던 아르바이트 직원 3명을 일주일 전에 내보냈다고 말했다. 5년간 임대계약을 하고 2015년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난 5월 월세를 못 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5월 중순부터 관광객이 확연하게 줄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자신 같은 임대사업자는 앞으로 3개월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는 중국 단체관광객은 거의 없다. 벽화가 사라진 현장을 본 관광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이곳을 관광코스로 안내하는 여행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내 여행관련 인터넷 사이트 혹은 개인블로그 등에도 이화동 벽화가 사라진 것이 알려지면서 개인여행객들도 많이 줄었다.
13일 중국에서 관광객을 인솔해 온 관광가이드 소빈빈(25)씨도 그림이 사라진 계단을 보고 당혹스러워 했다.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긴 했어도 이렇게 모두 없어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솔해온 관광객들은 대학로부터 힘들게 걸어왔기 때문에 상당히 실망한 모습이었다.
이화동 벽화마을을 찾는 이유는 “해외에서도 유명한 잉어와 꽃 그림 계단벽화를 보고, 서민들이 사는 동네풍경을 보기 위해서”라고 소 씨는 말했다. 동네 풍경을 보기 위해 올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벽화가 먼저이고 동네만 보러 오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관광객이 줄면서 부동산 거래도 타격을 입었다. 현재 계단 윗부분 상가지역은 평당 2000만 원선, 계단 아래 상가지역은 평당 2500만 원부터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벽화훼손 사건 이후는 더 이상 상가 매물이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최문규 종로상가부동산 대표가 말했다. 최 씨는 현재 계단 중간 주거지역은 평당 평균 1600만 원에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객 감소로 유동인구가 줄면 이화동 벽화마을은 별다른 이점이 없어 상가지역과 함께 주거지역도 가격하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재길 주민협의회 회장은 주민 간 협의로 문제해결을 하기에는 더이상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벽화훼손에 대한 법적 판단이 조속히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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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당사자가 법적 판단을 승복하고 벽화복원이 되어야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화동이 벽화마을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인근에 있는 서울성곽 등 다른 문화적 유인책이 장기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서울성곽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단 아래쪽에서 공방을 운영 중인 임영석(41)씨도 “갈등이 해소되고 화해의 의미로 벽화 복원이 이뤄져야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진·글=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