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찰서는 12일 50대 여성 등산객의 금품을 빼앗고 폭행 후 목 졸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정모(45·일용직 근로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정씨의 얼굴 공개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산에서 혼자 있는 여성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건 상당히 중한 강력범죄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청 심의를 거쳐 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만5000원 든 지갑 뺏고 목 졸라
“못 쫓아오게 바지 벗기고 달아나”
조사 결과 정씨는 7일 오전 10시쯤 사패산에 올라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세 시간가량 잠을 자고 일어나 배회했다. 이어 오후 3시쯤 혼자 음식을 먹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정씨는 이후 시신 발견, 현장에서의 유전자(DNA) 검출 보도를 접한 뒤 심리적 압박을 받은 데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10일 오후 자수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신발 자국이 정씨의 것과 같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씨를 체포했다.
정씨는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가진 돈이 1만4000원밖에 없어 막막한 마음에 소주를 사 들고 산에 올랐다가 혼자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금품을 빼앗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 피해자가 숨진지는 미처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바지가 엉덩이까지 벗겨져 있던 점 등을 토대로 성폭행 시도 여부도 추궁했지만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성폭행 시도를 의심케 했던 돗자리에서 발견됐던 남성의 체모는 정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도 정씨의 사인은 두부(머리) 손상 후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고 성폭행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정씨는 “옷을 벗기고 간 건 쫓아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